전국 최대의 3·1운동 항쟁지인 안성 원곡·양성지역 만세운동의 전체 상황과 주요 항쟁지의 정확한 지점, 만세운동을 이끈 항일운동가들의 면모 등을 구체적으로 밝혀주는 도면과 형사소송기록 등이 새롭게 발굴, 공개됐다.

한국민족운동사학회 회장인 박환(47) 수원대 사학과 교수는 26일 “최근 안성지역 3·1운동 유적지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국사편찬위원회의 수장고에 있던 당시 원곡·양성지역 만세운동의 전체 계요도 등 도면 7점과 안성지역 만세운동의 지도자 최은식 등 128명의 형사소송기록, 만세운동 참여자 최창달·최창혁 수형카드, 원곡·양성지역 민적부 등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도면 7점은 1919년 6월2일 일제측이 같은해 4월1·2일 원곡·양성지역에서 발발한 3·1만세운동을 주도한 최은식 등 128명에 대한 보안법 위반 등의 피고사건에 대한 피해현장 등을 조사한 검증조서에 포함된 것이라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발굴된 도면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원곡·양성지역 전체 지형도에 만세운동 중심지를 주민들의 이동경로를 따라 자세하게 기록한 '원곡·양성지역 3·1운동 전체 계요도'다. 이 계요도에는 1919년 4월1일 오후 8시경 원곡면사무소 앞에 모인 원곡면 마을 주민들이 만세운동을 벌인 뒤 양성경찰관 주재소 등이 위치한 양성읍내로 이동하는 거리와 주변상황 등이 각 지점별로 기록돼 있다. 또 만세운동 중심인물인 이유석이 군중들에게 연설한 장소, 양성경찰관 주재소 및 양성우편소, 양성면사무소에서의 항쟁을 준비하기 위해 돌 등을 주운 장소, 양성주민들이 합류한 장소 등도 적시돼 있다.

이와 함께 주민들에 의해 파괴·방화된 양성경찰관 주재소, 양성우편소, 일본인 상점(外里與手), 대금업자(隆秀知)의 집, 양성·원곡면사무소 등의 건물 소재지, 건물양식, 구조, 피해 상황 등이 표시된 도면들과 함께 보안법 위반으로 피소된 128명의 신문조서 등을 종합 분석할 경우 원곡·양성지역 3·1만세운동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박 교수는 “그동안 학계의 원곡·양성지역 만세운동에 대한 연구가 참여자의 판결문만을 이용한 탓에 안성지역 만세운동의 구체적 실체가 밝혀지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었는데, 이번 검증조서 도면, 형사소송기록, 민적부 등의 발굴로 이를 보완할 수 있게 됐다”며 “특히 이 자료들은 후손들의 민족정신을 높이기 위한 유적지 복원 및 보존, 선양작업에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굴된 각종 자료들은 내달 1일 안성 3·1운동기념관에서 열리는 '안성시 3·1운동 사진'展에서 일반인들에게 처음으로 공개된다. 또 이 전시회에서는 일제강점기때 안성지역의 모습을 보여주는 안성시가지, 안성시장(미곡시장), 경남철도 안성역 기차발차광경과 서운보통학교 제1회 졸업사진(1931년) 등 식민지시대 교육현황을 이해하는 자료들도 첫 선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