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없이 발랄한 여고생들이 통쾌한 웃음을 몰고왔다'.
우리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인문계 고교의 지겨운 보충수업을 피하기 위해 우연히 도시락 배달에 나선 여고생들은 각종 해프닝을 연발하며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들을 찾게 된다는 아주 단순한 스토리의 영화.

하지만 우연히 발견한 자신들의 꿈을 소중히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조금씩 키워나가는 여고생들의 유쾌한 성장통(?)은 보는이로 하여금 시종일관 미소를 거두지 못하게 만든다.

영화 '스윙걸즈'는 2004년 일본에서 개봉돼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작품으로 흥행뿐 아니라 일본 아카데미에서 신인상, 각본상, 녹음상 등 5개 부문을 석권한 바 있다. 이 영화에서 공부는 전혀 관심이 없는 13명의 낙제 여고생 역을 맡은 배우들은 대부분 실제 연주를 하진 못했으나 4개월간의 특별훈련을 거쳤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첫 '삑사리' 장면부터 마지막 감동적인 연주를 보여주는 과정이 실제 상황. 그만큼 여고생들이 펼치는 발랄함은 꾸밈없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일본 영화계에서 '무서운 아이'로 불리는 야구치 시노부 감독은 기발한 아이디어와 일상에서 지나치기 쉬운 간단한 소재를 이용해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창조해왔다. 우리 나라에는 '워터보이즈'와 '비밀의 화원' '아드레날린 드라이브'의 감독으로 알려져있다.

또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로 다수의 국내 팬을 확보한 우에노 주리는 이 영화로 2004년 일본 각종 영화상 시상식에서 여배우상을 휩쓸며 스타로 떠올랐다. 화려하진 않지만 때묻지 않은 상큼한 외모에 살아있는 표정 연기가 압권이다.

이 영화는 방학 때 수학 보충수업을 억지로 받아야하는 처지의 13명 낙제여고생의 이야기다. 아주 작은 일로도 까르르 웃음보를 터뜨리는 여고생들이 보충수업을 안받으려고 야구부 시합에 응원을 나가 있는 밴드부의 도시락 배달을 자청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러나 한여름 운반을 하던 도중 내릴 역을 지나치는 등 해프닝을 겪은 그들은 결국 도시락이 상해 밴드부를 전원 입원시킨다. 밴드부에서 심벌즈를 치는 나카무라(히라오카 유타 분)는 도시락 사태의 주범 도모코(우에노 주리)에게 입원중인 밴드부 대신 연습을 하자고 협박 반인 제안을 하고 이들은 보충수업을 빠질 수 있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밴드부 연습을 시작한다.

하지만 다룰 줄 아는 악기라곤 리코더가 전부인 이들 앞에 느닷없이 전자기타를 치는 여학생 둘이 합류하면서 나카무라는 스윙밴드를 생각해내고 아이들과의 고군분투 훈련기가 이어진다.

좌충우돌 훈련기를 거치면서 점차 이들은 재즈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고 도모코를 비롯 소심하기 이를 데 없는 세키구치(모토카리아 유이카), '엽기소녀' 사이토(간지야 시오리), 가진 건 힘뿐인 나오미(도요시마 유카리) 등은 재즈의 리듬을 찾아간다.

영화는 작은 에피소드들 안에 자신의 '끼'를 찾아가는 10대들의 열정을 담고 있다.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그 시절 추억을 가진 어른들에게도 부러움과 함께 잠시나마 동질감을 선사한다.

또 한 가지 관전포인트는 악기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산에서 송이버섯을 따다 갑작스레 멧돼지와 맞닥뜨리는 에피소드다. 이 장면이 바로 '웰컴 투 동막골'에도 비슷한 슬로모션의 장면을 선보여서 화제가 됐던 바 있는 촬영기법으로 비교해보면서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16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