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미술관 건립을 추진중인 송태호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최근 고(故) 백남준씨의 조카인 켄 하쿠다씨가 “(미술관 기공식을) 정치적·상업적으로 이용하려고 한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오는 5월 9일 예정돼 있는 백남준미술관 기공식과 관련 심포지엄 및 기념전시는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13일 밝혔다.

송 대표이사는 이날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남준미술관의 기공식 및 준공식은 고(故) 백남준씨와 지난 2001년 체결한 1·2차 양해각서에 따라 추진하는 것으로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의 소관사항이지 뉴욕 백남준 스튜디오가 간섭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고(故) 백남준씨의 법정대리인인 켄 하쿠다씨는 지난 1월 29일 백씨가 사망할 당시 조문단으로 참석한 송 대표이사에게 “협력 태세가 안돼 있다. 더 이상 협력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최근 내한해 기공식 불참 통보를 하는 등 잇따라 불협화음을 보이고 있는 것은 백남준 스튜디오와 재단간 결별을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켄 하쿠다씨가 고(故) 백씨의 법정대리인 자격으로 백남준미술관 건립에 따른 법적 문제를 제기하게 되면 미술관 개관 및 운영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주변의 시각이다.

이와 관련, 송 대표이사는 “그렇게까지 오해할 부분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이번 켄 하쿠다씨의 발언은 약간의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그동안 백남준씨가 건강이 좋지 않은 관계로 백남준미술관 건립과 관련해 켄 하쿠다씨가 대표로 있는 백남준 스튜디오와 협의해 왔고, 앞으로도 협의해 원만히 해결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송 대표이사는 하지만 “최근 미술관 건립을 위한 학예자문과 관련해 백남준 스튜디오와 의견대립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이는 백남준 스튜디오와 개관 및 상설 전시를 위해 위촉한 백남준 스튜디오 멤버인 존 핸하트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수석 큐레이터가 재단측이 수용하기 어려운 제안들을 거듭해 온 것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백남준 스튜디오와 존 핸하트가 제안해 온 것은 멀티퍼포스룸, 국제홍보, 교육, 뮤지엄숍, 북스토어, 비디오 아카이브 관리운영 등 10개 분야의 전문컨설턴트를 백남준 스튜디오와 존 핸하트씨의 판단하에 선정해 운영하겠다는 것이라고 송 대표이사는 덧붙였다.

한편 재단측은 “이미 백남준씨의 작품과 아카이브 등을 충분히 확보한 상태이고, 설계도 거의 마무리돼 가고 있는 만큼 극한 상황으로 치닫게 되면 경기도와 재단이 독자적으로 미술관을 건립하고 운영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재단측과 백남준 스튜디오간의 추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