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지역에선 처음으로 '아슐리안형' 석기가 발견된 연천 전곡리 선사유적지 활용 및 향후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위해서는 유적지 뿐 아니라 구석기 유적의 형성시기를 알 수 있는 서편의 현무암 단애 등 주변 경관까지 보전하는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이는 지난 17일 경기도박물관 주최로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열린 '경기도 전곡선사박물관 건립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 30년간 전곡리 유적 조사와 연구에 매진해 온 배기동 한양대박물관장이 '전곡리 구석기 유적과 유적박물관 성과'에 대한 주제발표에서 제시됐다.

배 관장은 “전곡리 유적의 연대는 그동안 많은 논란이 있고, 아직도 10만년 전 내외에 형성된 시기라는 주장도 있고, 중기구석기시대로 분류하는 학자들도 있다”며 “그러나 최근 지질분석결과 전곡리 유적의 하부 현무암은 50만년 전 것이고, 그 상부의 퇴적층은 그 이후 지속적으로 형성돼 최근 2만년 전까지 형성됐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전곡리 유적은 한반도에서 보기 어려운 화산암 지질로 구성돼 있고, 제4기 지질시대에 평강의 오리산에서 분류된 현무암이 한탄강과 임진강의 유곡을 덮어서 평탄면을 만들고, 그 위를 강이 흐를 때부터 구석기 유적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배 관장은 주장했다.

그는 따라서 유적의 활용측면에서 본다면 유적지 뿐만 아니라 서편의 현무암 단애 등의 주변 경관을 잘 보전하는 대책이 절실하고, 앞으로 세계문화유산 지정의 필수적인 요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은 도니티우스 카맘바 탄자니아 문화재청장의 '개발과 문화재 보존의 문제', 장 슈앙츄안 중국 과학원 고척추동물 및 고인류연구소 교수의 '주구점 유적지의 문화재 보전 및 정비, 활용' 등의 주제발표에서도 동일하게 나왔다.

배 관장은 또 경기도와 연천군이 추진하는 전곡리 선사박물관의 경우 일반 박물관과는 다른 입지조건을 지녀야 한다고 전제한 뒤 전곡리 구석기의 지질구조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도록 한 지점에 박물관을 건립해야 유적박물관으로서 의미를 지닌다고 제시했다. 또 인류의 초기문화를 보여주는 선사박물관으로서 전곡리 구석기문화, 고인류와 문화의 진화, 유적축제 및 고문화 교육프로그램 등 다양한 콘텐츠가 구성돼 후손들의 인류문화 이해를 도와주어야 하고, 유적콤플렉스 극복 및 박물관의 세계적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선 연구기능이 강화된 학술센터로서의 기능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는 아프리카, 프랑스, 독일, 러시아, 일본, 중국 등 7개국 문화유산 및 박물관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해 전곡선사박물관 건립모델을 제시하는 주제발표 및 토론회를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