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했던 직장의 파산으로 백수가 된 '딕 하퍼(짐 캐리 扮)'. 까짓 거 다시 취직하면 되지라며 자신만만했던 희망도 하루 이틀… 전기와 가스가 끊기더니 급기야, 덩그러니 남아있던 집 한 채마저 융자금 미납으로 빼앗길 위기에 처한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어진 '딕'은 그동안 가슴속에 응어리진 분노를 용기 있는 행동으로 승화(?)시키기로 결심한다. 그 행동이란 바로 남의 것을 그냥 빼앗는 것! 아들의 물총으로 무장하고 재미있는 구경거리라며 따라나선 아내를 대동한 그는 슬러시(얼음음료수) 무전취식을 시작으로 점차 화려한 경력을 쌓아간다.

영화는 하루아침에 거리에 나앉게 된 실직자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 그리고 전쟁과 다름없는 취업의 고난함을 시종일관 뻔뻔스런 상황과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로 과장되게 희화한다. 현대사회가 안고있는 심각한 폐해를 직접적으로 건드리면서도, 따뜻하고 긍정적 시선을 잃지 않는 코미디 장르의 장점을 최상으로 이끈 각본과 연출의 균형은 상당한 재미를 선사한다. 하지만 더불어 이런 장르적 특성에 기대어 강요된 즉흥적이고 우연과 억지에 의지한 사건의 해결들은 적잖은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이 영화의 일등공신은 당연히 주연을 맡은 대형 코미디언 '짐 캐리'. 이 영화는 제작에까지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예측불허의 다양한 표정과 혼신을 다한 익살은 변함 없지만, 나날이 성숙해지는 코미디 연기의 깊이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영화를 보기 전 꼭 알아두어야 할 배경 하나.
이 작품은 이야기의 상당 부분에 있어 '엔론 스캔들'을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이는 2002년 당시 미국의 7대 기업에 속하던 에너지 그룹 '엔론(Enron)'社가 분식회계로 655억 달러라는 세계 최대규모로 파산했던 사건으로, 당시 미국 경제를 커다란 혼란에 빠뜨리고 수많은 직장인들을 실업자로 만들고 말았다고.

이런 사건의 실재는 영화 속 주인공 '딕 하퍼' 부부의 몰락과 유쾌한 복수를 더욱 의미 있게 만들기도 하지만, (어차피 픽션인지라 그리 중요한 부분은 아님에도) 영화의 시작부분에 배경이 현재가 아닌 2000년이라는 구체적 시점을 애써 강조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엔딩에 등장하는 '최고(?)의 대사'를 온전히 이해하고 즐기기 위한 중요한 단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