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이 경시되는 세상이다 보니 야생조수(鳥獸)의 목숨쯤이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풍조가 확산되고 있다.

「몸에 좋다」는 이유 하나로 애처로운 생명을 아무렇지도 않게 앗아가는 것이다. 올무 등을 이용해 포획하는 것은 다반사고, 불법총기까지 동원되는 게 요즘의 현실이다.

「대한수렵협회 인천밀렵감시대」 鄭順培대장(49·인천시 부평구 산곡동)은 시련을 겪는 조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애쓰는 몇 안되는 「조수 지킴이」다.

『저도 5년 경력의 수렵인이예요. 총기로 사냥을 하는 건 정해진 기간에 고정수렵장에서 해야 됩니다. 우연한 계기로 불·탈법을 일삼으면서 잔인하게 동물들이 학살당하는 것을 목격하고는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되겠다는 결심을 했죠. 조수는 자연의 순리대로 보호하고, 후손에 물려줘야 할 소중한 유산아닙니까?』

鄭대장은 인천에 거주지를 둔 이들로 밀렵감시에 뜻을 같이 한 5명의 동료와 함께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면서 좋아하던 수렵도 끊었다.

그리고 경기·인천지역 밀렵취약지역은 어디든 달려간다. 강화, 김포, 서구, 중구 영종·용유도, 경기 파주 등이 주요감시지역. 이 곳에 사는 꿩과 노루, 고라니, 갈매기, 기러기, 청동오리, 까마귀는 밀렵꾼들의 표적이다.

밀렵적발은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야간잠복은 예사. 장비는 단복과 망원경, 후래쉬 정도가 고작이다. 밀렵자의 「반발」에 대비, 때론 가스총과 방탄조끼를 입기도 한다. 보통 오후 10시에 감시에 나서면 새벽 4시까지 꼬박 밤을 샌다.

『야간에는 차량불빛을 보고 밀렵을 중단해 버리니
까 더 힘들어요. 도주는 보통이고, 총기를 논밭에 숨기고는 발뺌을 하죠. 사실 공권력을 가진 경찰들도 하기 어려운 게 밀렵감시입니다.』

적발한 밀렵꾼들은 인적사항과 불법총기소지여부 등을 기록한 수렵위반스티커를 끊은 후 관내 파출소로 넘긴다. 지금까지 적발한 것만도 80건이 넘는다.

그러나 때론 귀찮다는 듯 밀렵꾼들을 인계받는 경찰의 태도를 보면 조수보호에 대한 인식전환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한다.

밀렵꾼들의 「천적」이다 보니 한밤중에 공갈, 협박을 당하는 일도 다반사다. 차량번호를 조회해 주소를 알아낸 뒤 「총맞아 죽을 각오해라」는 등 무시무시한 말을 쏟아낸다는 것이다.

돈 한푼 못벌고 오히려 사재를 털어야만 가능한 데다, 시달림도 당해야 하니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겠지만 鄭대장의 집념은 대단하다. 특히 개조한 불법총기까지 동원, 대낮에 조수를 살상하는 행위는 절대로 묵과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밀렵이 얼마나 자연을 파괴하는 지 절실히 깨달아야 해요. 인천지역에서 밀렵을 완전히 근절할 때 까지 뛸 겁니다.』
<李旻鍾기자·minj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