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살아난다니까 실업사태도 막을 내린 것으로 아는 데 실상은 그렇지 않아요. 실직과 부도 등으로 중산층이 대거 저소득빈민계층으로 몰락하고 있습니다.』

실직자쉼터인 「인천 내일을 여는 집」(계양구 계산 2동 903의 18)의 李峻模목사(35).

가정의 달을 맞아 李목사는 생생한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어느덧 둔감해진 실업문제와 가족공동체붕괴문제의 심각성을 조목조목 지적한다.

李목사의 총괄아래 1년 가까이 실직자구제에 힘써 온 「내일을 여는 집」은 인천서는 유일하게 여성과 남성노숙자 기숙쉼터를 열고 있는 곳. 지금까지 구직정보와 반찬지원을 받기 위해 찾은 내방객이 8백가구를 넘어섰다. 지난해보다 2배이상 늘었다고 한다.

『인천에 1백20명여명의 노숙자가 있는 데 증가율이 그대로예요. 특히 취업을 아예 포기한 「실망실업자」들이 지난해보다 3배 가량 늘었습니다. 80%는 알콜중독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의욕을 상실해 삶을 포기한 거나 마찬가지죠.』

李목사는 이들 가운데 태반이 배우자와 갈라섰거나, 이혼절차를 밟고 있다며 실태를 밝혔다.

가계수입이 뚝 떨어지면서 갈등을 빚자 가출한 아내들이 늘어난 것이다. 사정이 이렇자 연쇄적인 현상으로 떠오른 게 실직가정의 청소년문제.

『지난 2월 40명의 실직가정자녀들과 강화 흙담어린이집서 심리상담을 했는데 우려할만한 결과가 나왔어요. 상당수가 부모의 관심과 경제적 보호를 받지 못하면서 학업흥미는 물론, 미래에 대한 희망까지 잃었더군요.』 李목사는 허술한 사회안정망속에 실직가정의 문제가 방치되어 있는 데도 정작 사회의 관심은 뚝 떨어졌다며 아쉬워한다.

『40대 부부의 안타까운 사연이 널리 알려졌는 데도 돕겠다고 문의전화가 온 게 2건, 후원이 1건에 불과했어요.』

그는 「공공근로사업=밑빠진 독의 물 붓기」라는 무조건적 비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만큼 공공근로를 통해 50~60만원의 소득이라도 벌지 않으면 당장 가정이 무너질 만큼 절박한 처지의 실직자들을 많이 접했기 때문이다.

『실업사태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경기부양과 고용창출이 대안이겠죠. 당장 시급한 것은 공공근로사업의 내실을 기하는 거예요.

일선 구마다 인력감축이 대폭 이뤄졌는데 2천~3천명의 근로사업자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겠습니까? 관리기능을 민간사회단체에 위탁, 지역현안문제에 사업역량을 투입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합니다.』

당장 주거걱정을 해야 하는 이들을 위해 정부가 주택을 지어 실가격에 임대하는 것도 그가 내놓는 복안중 하나다.

서강대 독문학과를 나온(83학번) 李목사는 「민중선교」를 위해 5년전 인천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소외된 이웃을 보살피는 일이야 말로 목회활동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며 『실업자를 위한 사회안전망확보는 21세기 사회복지국가의 가장 중요한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李旻鍾기자minj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