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이야기-35,인천시립도서관>

개항이후 이 땅에는 新文物의 궤적을 담은 서양식 도서관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1906년 국립도서관의 효시인 한국도서관이 선을 보였고, 9년전인 1897년엔 부산에 첫 공립이랄 수 있는 부산도서관이 태동했다. 강제개항된 인천에도 이보다 좀 늦긴 하지만 1922년 시립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인천시립도서관(중구 율목동 242)은 잡지조차 흔치 않던 시절, 인천인들에게 활자의 갈증을 풀어주고, 또 배움을 닦는 공간으로 사랑받았다. 시립도서관은 역사의 풍향에 따라 여러차례 이전하는 곡절을 겪었다. 처음 자리잡았던 곳은 중구 송월동 1가 1번지 자유공원구내 「淸光閣」. 이 곳은 애초엔 1883년 독일인 상사 마이어양행(세창양행)의 사택으로 지었는 데, 1차세계대전후 일제가 敵國 재산관리물로 경매에 부친 후 도서관으로 변모했다. 당시 인천시는 설비비 3만1천원으로 장서 9백권을 구입하는 등 7개월간 개관준비를 했다.

이후 1941년 시가 도서관을 향토관으로 전환하면서 신흥동 2가 221로 이사했으며 해방후에는 장소도 비좁고, 위치도 부적절하다는 여론에 따라 현 율목동 구관건물로 옮기게 됐다. 시립도서관이 지금의 형태를 갖춘 것은 50년대 후반부터 60년대 중반기간. 55년 구관사에 대한 수리 및 개조공사를 벌였으며 65년엔 현 신관자리(2백79평)를 사들여 2층 건물을 지었다. 시립도서관 韓信子열람팀장(38)은 『당시로선 전국 어느 도서관에도 뒤지지 않는 시설과 규모로 주목을 받았으며 도서관학과가 드물던 시절 이화여대 도서관학과 학생들도 견학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오랜 연륜 만큼이나 시립도서관엔 이용계층과 연령층이 두텁고, 여기에 얽힌 애정도 각별하다. 지난 1월 서울에 사는 鄭雲錫옹(90·광진구 자양 3동)은 이런 편지를 도서관에 보냈다.

『…일전에 귀관도서 「中蘇大辭典」중 五加皮와 海桐皮(한약제로 쓰이는 엄나무의 껍질)에 대한 문헌을 복사해 보내달라고 전화드렸는데 선명하게 잘 복사해 등기우편으로 보내주신 것을 받아놓고 어떻게 감사드려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중략)까다로운 세상에 살면서 비로소 온정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시립도서관엔 희귀한 장서들도 많다. 현재 도서관 보유장서는 11만8천16권. 양서 3천5백16권, 고서 1천1백48권, 일서 1만3천4백3권으로 종류별로 데이터베이스작업이 진행중이다. 그 중 유일하게 남아있거나 전국에 2~3권뿐인 고서만 해도 明治 41년(1917년)에 펴낸 「인천항 개항 25년기념사」(日本大阪市출간), 昭和 8년(1933년)에 나온 「仁川府史」(인천부출간)등을 들 수 있다. 1959년 발간된 「개항과 洋館歷程」(인천직할시립도서관간)도 희귀목록에 들어간다. 특히 신문자료분야 특화도서관으로 지정돼 향토언론인 京仁日報를 비롯, 15종의 각종 신문을 제본해 놓았다.

30대 중반이후 인천인들이라면 현 위치의 시립도서관을 한번쯤 이용했던 기억을 갖고 있을 터이다. 시립도서관측에 따르면 도서관에서 부지런히 공부해 시험에 합격한 후 찾아와 반갑다고 인사를 건네는 이들이 있는 가 하면,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열람실을 찾아 희귀문헌을 공부하는 분들도 많다고 한다. 인천인의 정신적 자양분을 길러주는 구실을 톡톡히 한 셈인데, 추억을 더듬는 이들에겐 애틋함과 애정이 담겨 있다. 초·중·고교를 모두 인천서 마친 인천 남 고등학교 金實교장(59)의 말.

『당시 도서관으론 유일했기 때문에 이용시민들이 많았죠. 새벽에 줄을 서서 표를 받아 들어가곤 했습니다. 읽을 거리가 없었기 때문에 「水滸誌」나 「三國志」등 고전을 빌려보러 자주 갔어요. 당시에는 통행금지가 있었는 데, 새벽에 도서관에 가다 잡히면 경찰들도 너그럽게 봐주곤 했죠.』

시립도서관 앞으론 인천앞바다가 내려다 보이고 뒷켠엔 율목공원이 둘러싸고 있다. 그 만큼 풍광이 빼어나고 차분한 마음이 절로 든다. 회사원 許信旭씨(43·연수구 동춘동)는 『초등학교때 집이 인근 숭의동이었는데 동화책 사기가 어려워 책을 빌리러 자주 갔다』며 『슬슬 걸어올라가 책을 빌려 내려올 때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새롭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립도서관도 세월이 흐르면서 장서 및 시설부족, 교통불편이란 문제점에 부딪히고 있다. 사서도 3명밖에 없고 연간예산도 태부족한 실정. 첨단장비를 통한 서비스기능의 제공도 시급하다. 한때 연수구로 확충·이전하는 방안이 검토됐으나 녹지보존 및 예산부족 때문에 백지화된 상태다. 최근 29대 관장으로 부임한 鄭紋熙도서관장(50)은 『미흡하지만 9월에 PC통신과 인터넷서비스를 이용객들에게 제공하고 내년 상반기중 인터넷 홈페이지를 구축해 타 도서관과 자료검색을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인천에는 시립도서관을 포함, 부평, 화도진, 주안, 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