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구 연수 1동 479~531 일대 함박마을(일명 연수 4단지)엔 '범죄 사각지대' 란 꼬리표가 따라 다닌다. 살인, 강도, 강간, 날치기 등 강력범죄가 자주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지방경찰청이 기동순찰대를 고정배치, 특별관리를 할 만큼 이 곳은 '우범지대'로 꼽힌다. 연수 4단지의 범죄발생 실태 및 그 원인, 경찰의 방범대책 등을 짚어보았다.〈편집자〉

▲사건·사고 잦은 지역적 특성
연수 4단지는 한국토지공사에서 지난 94년 전원주택으로 개발한다며 6백80여 필지를 조성하면서 생겨났다. 그러나 전원주택은 들어서지 않고 대규모 원룸단지를 이루게 됐다. 건축업자들이 이익을 더 남기기 위해 다가구형 원룸주택들을 집중적으로 지었기 때문. 당시 원룸은 준공과 동시에 100% 분양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는데, 주로 주안·간석동 지역 유흥업소 여종업들이 입주했다.

문제는 다가구 원룸주택에 보통 17~21가구가 몰려 살면서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기소중지자 등 범법자들이 이 곳을 은신처로 삼고 있다는데 있다. 보증금 100만원에 월 20만원만 주면 쉽게 방을 구할 수 있는 것도 이들을 모여들게 하는 이유. 이들중 상당수는 주민등록을 하지 않고 살기 때문에 경찰은 범죄발생시 용의자 검거는 물론 신원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실례로 인근에서 수차례에 걸쳐 강도행각을 벌인 용의자가 원룸단지에 숨어 지내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도 범인을 검거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 함박마을에는 주민등록상 5천5백85가구에 1만1천7백50명이 산다. 그러나 3천여명은 주민등록을 하지 않은 채 지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연수 1파출소 관계자는 “순찰을 돌다보면 전국 각지에서 올라 온 차량들을 자주 볼 수 있다”며 “예전에 비해 강력범죄는 줄었지만 타 지역에 비해선 범죄발생빈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치안의 맹점
인천지방경찰청은 함박마을 치안을 위해 기동대 1개 소대를 매일 오후 9시부터 자정까지 배치해 순찰을 돌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인현동 화재사고 이후 인력 부족으로 인해 지원병력배치가 불규칙하게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총선이 다가오면서 시민단체 등의 시위에 대비, 각 지구당사와 지구당에서 인력을 요청하면서 기동대 배치는 상대적으로 소홀해지고 있다.

최근 새벽에 퇴근하는 술집 여종업만을 범행대상으로 골라 날치기한 사건도 이처럼 소홀한 인력배치 탓에 발생했다는 게 이 곳 주민들의 얘기다.

연수경찰서는 현재 범인검거와 치안유지를 위해 형사기동대차와 112순찰차 2대, 도보 순찰조 2개조를 고정배치한 상태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범죄발생을 줄일 수 있다”며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 중 하나는 좁은 이면도로 양쪽에 빼곡히 늘어선 주차차량들로 인해 순찰차의 기동성이 떨어지는 것. '112상황지령'이 떨어져도 반대편에서 차량이 나오는 경우 피해갈 수 있는 공간이 없을 정도로 불법주차로 인한 치안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이런 까닭에 도보순찰의 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도보순찰만 지속적으로 벌여도 '전시효과'에 힘입어 범죄예방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민들은 지적한다.

이 곳에서 장사를 하는 鄭모씨(34·연수구 연수동)는 “순찰차가 막다른 골목에서 반대편 차량과 맞부딪혀 후진으로 나가는 모습도 종종 본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동성에서 뒤져 실제로 범인을 눈앞에서 놓치는 사례들도 있다. 따라서 도보순찰 인력을 강화해 '순발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 내부의 문제점도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중 하나.

연수경찰서는 현재 인천시내 경찰서중 유일하게 기동순찰대를 운영하고 있다. 기동순찰대는 관할 지역을 3개권역으로 나눠 순찰중심의 치안활동을 3교대로 하고 있는데, 책임소재가 명확하지 않다는 게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예전엔 관내에서 사건이 발생하면 파출소장 책임하에 범인 검거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기동순찰대는 근무중 발생한 일에 대해 다음 근무자에게 사건을 인계하고 나면 그만이어서 책임추궁이 어렵다는 게 큰 문제라는 것이다.

▲범죄발생을 줄이기 위한 대책.

자율방범대 최달호대장(43)은 우선 주민들 스스로 범죄에 노출되는 행동을 삼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여름철에 순찰을 돌다보면 일부 몰지각한 여성들이 몸을 지나치게 노출하고 다니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며 “이같은 행동은 성범죄 등 각종 범죄행위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함께 신경을 써야만 범죄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얼마전 가스검침원을 가장해 50여차례에 걸쳐 이 일대에서 강도, 강간을 일삼다 검거된 범인도 과다하게 노출한 여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