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에 이어 설명절을 앞두고서도 사회복지시설엔 여전히 찬바람만 불고 있다. 지난 연말에도 몇몇 학교 학생들과 종교단체의 위문이 고작이었던 보육시설 아이들에겐 매년 돌아오는 명절이 더 외롭고 쓸쓸하기만 하다.

1일 인천시내 각 복지시설에 따르면 IMF체제 이후 방문객이 크게 줄어든 데다 총선바람이 불면서부터는 위문발길이 거의 끊겼다.

90명의 아동을 돌보고 있는 동구 화수동 보라매보육원에서 목회를 담당하고 있는 최광호목사(61)는 “올들어 후원자들이 더 줄고 있는 실정”이라며 “정부에서 주는 지원금만으론 아이들을 교육하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보육 아동들이 대부분 결손가정 출신이어서 정서적으로 주위의 따뜻한 관심을 필요로 한다”며 “물질적인 지원을 해주지 못하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마련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평구 십정동 시온육아원(원생 1백30명)의 사정도 마찬가지. 여기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조석현씨(68)는 “지난 연말에는 그나마 종교단체에서 찾아와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는데, 요즘은 단 한 차례의 방문도 없다”며 “올 겨울은 유난히 추운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중구 영종동 영종보육원(원생 51명)에는 얼마전 대한적십자 중구협의회 회원들이 방문한 게 전부. 장진분총무(38)는 “설명절을 앞두고 아직 방문계획은 없지만 인근 주민과 후원자들이 조금씩이나마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어 다른 곳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밝혔다.

연수구 동춘동 인천영락원(원생 74명)의 김형은원장(60)은 “연수구청 외에는 특별한 방문일정이 없다”며 “학생들의 봉사활동 말고는 찾는 이들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장애인 78명을 수용하고 있는 부평구 부개동 은광원은 6백여만원의 난방비가 모자라 애를 태우고 있다. “후원자가 되겠다던 사람들도 연락을 하지 않고 있어요. 그동안 자동이체나 지로로 기부금을 보내던 후원자들도 계속 줄고 있는 실정입니다.” 김도욱총무(67)의 얘기다.

연수구 동춘동 명심원(원생 96명)의 정원희 보육사(23)는 “올들어선 찾는 시민들은 물론 성금도 단 한건 없는 상태”라며 “설을 앞둔 아이들의 굳은 표정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社會部·prov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