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에 '전세대란'이 시작됐다. 본격적인 이사철을 맞아 내놓은 집은 달리고 수요는 크게 늘어난 가운데 전세값이 폭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수구 연수 3동 주공 3차 아파트 18평형에 살고 있는 최모씨(31)는 전세를 다시 얻을 생각만 하면 골치가 아프다고 하소연한다. 그는 “2년전 2천만원에 전세를 얻어 살고 있는데, 현재 3천5백만원까지 치솟아 전세만료일을 앞두고 돈을 마련할 엄두가 나지 않아 걱정이 태산”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요즘 인천지역에선 지난 98년 외환위기 직후 싼값에 전세를 들었던 세입자들이 이사철을 맞아 전세값 폭등에 전전긍하고 있다. 현행 임대차보호법상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1~6개월전에 전세금을 올린다든지, 아니면 집을 비워달라는 통보를 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집주인들이 전세값을 대폭 인상하고 있는 상태에서 전세로 내놓은 집들이 수요에 턱없이 못미쳐 서민들의 애를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아파트단지가 밀집한 연수구 연수 2동 우성 2차 아파트 24평형의 경우 지난 98년 3천5백만원 하던 전세값이 현재 5천2백만원선에 이르고 있다. 연수구 동춘동 현대, 한양 32평형도 3천7백만원에서 지금은 6천5백만원으로 뛰었다.
부평구 부평 1동 동아아파트 24평형도 지난 98년 7월 3천만원하던 전세값이 최근엔 5천7백만원으로 무려 두배 가까이 치솟았다.
시내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요즘들어 대부분의 집주인들이 전세가격을 정한 뒤 중개인에게 통보하고 있다. 여기에다 세입자들이 전세금을 올려주지 않을 경우 집주인들의 명도소송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3월말까지 전세계약을 해야 하는 김모씨(39)는 “전세를 구하려고 시내 곳곳을 돌아다녀 보고 있지만 현 전세금으론 턱도 없는 상태”라며 “정부에서 세입자들에게 지원한다는 은행대출도 조건이 까다로와 힘들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이같은 '전세대란' 은 구조조정 등으로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한 실업자들에겐 더욱 큰 고통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어 정부차원의 실질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IMF 이후 전세값이 폭락하자, 같은 평형의 아파트로 집을 옮긴 뒤 여유자금을 써 버린 사람들이 더 큰 고통을 당할 것 같다”고 전망한다.
동춘동 사랑방공인중개업소 이희광 공인중개사는 “본격적인 이사철을 맞아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명도소송 등 전세분쟁마저 예상된다”며 “오른 전세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세입자들은 매물까지 부족해 집을 옮기기 아주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車埈昊기자JUNho@Kyeongin·com
이사철 맞아 전세대란 시작
입력 2000-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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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2-07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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