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거주 화교(華僑)들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화교들은 “한국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화교를 차별하는 정책은 글로벌화 등을 외치는 한국정부의 모순”이라며 시대흐름에 맞춰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27일 인천지역 화교들에 따르면 국내에 거주하는 화교는 현재 인천 2천여명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6천여명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개항을 전후해 몇대(代)에 걸쳐 살고 있는 인천지역 화교 등은 5년마다 한번씩 체류기간을 연장해야 하는 불편은 물론 실생활에서 갖가지 불이익을 당한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실례로 중국식당을 운영하는 화교 손모씨(44·중구 북성동)는 지난해 식당에 자판기를 들여놓으려다 황당한 일을 당했다. 3백만원 상당의 커피자판기를 놓으면서 할부를 끊으려 하자 판매업자가 “외국인에게는 할부를 해 줄 수 없다”고 한 것이다. 손씨는 결국 신용카드로 결제했지만 불쾌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는 “신용카드회사들이 외국인라는 점을 이유로 계좌에 예금이 없으면 할부를 끊어주지 않거나 거래를 중지하기 일쑤여서 화교들은 신용카드를 잘 쓰지 않는다”며 “현금을 주고 물건을 구입하는 게 속 편하다”고 말했다.

휴대폰을 구입한 화교 양모씨(29·여·중구 답동)도 얼마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외국인이기 때문에 보증금 20만원을 별도로 내야 한다는 말에 “한국사람들에겐 보증금을 받지 않으면서 왜 보증금을 내라고 하냐며 따졌으나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화교들은 한국을 떠나 본국이나 다른 외국에 살고 싶어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하소연한다. 경제적 어려움도 있지만 이미 한국에서 오랫동안 터를 잡고 살아온 탓에 여간해선 다른 외국생활을 감행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화교들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것도 아주 까다롭다. 국적을 바꾸려면 기본적으로 공무원 서기관급 이상, 언론사 국장급 이상, 국회의원 등의 신원보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인 이웃들에게 보증을 부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화교들의 지적이다.

지난 83년 한국 국적을 취득한 왕모씨(45·부평구 부평동)는 당시 국민당 부총재가 신원을 보증해 줘 간신히 국적을 바꿀 수 있었다고 한다. 왕씨는 “현행 법상 화교가 한국 여자와 결혼할 경우 혼인신고가 되지 않아 부인은 중국 국적을 취득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정부가 글로벌화 정책에 맞춰 화교들의 주거요건을 완화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화교 장모씨(35·남동구 구월동)는 “화교를 일반 외국인과 똑같이 규정하는 바람에 오랫동안 한국에서 살면서도 직업을 마음대로 고를 수 없다”며 “한국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고 있는 화교들에 대해선 별도의 정책을 세워 달라”고 요구했다.
/徐晋豪기자·prov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