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들의 차량지원봉사를 담당하는 인천시 시각장애인복지관 차량관리팀장 김종환씨(43). 그도 역시 시각장애인이다.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은 그를 '어휘(語彙)담당관'이라고 부른다. 명랑하고 밝은 목소리에 틈틈이 유머와 상식을 섞어 말하는 그의 주변에선 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아 '분위기 메이커'로도 통한다.
김팀장이 직원들에게 인기를 끄는 것은 말을 잘하는 이유에서만 아니다. 남모르게 시각장애인을 위한 행정적책 개선과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일꾼으로 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어나자마자 열병을 앓아 시력을 잃은 그에겐 '보이는 것'에 대한 기억이 없다. 하지만 자기처럼 불편과 고통을 느끼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마음의 눈' 만큼은 누구보다도 밝다.
그가 맡고 있는 업무는 단순히 시각장애인에게 차량만 지원해 주는 것만이 아니다. 복지관 직원들에게 장애인의 통장과 거래내역을 확인하고, 병원을 찾을 경우엔 진료가 끝날 때까지 항상 동행하도록 주문한다. 장애인들이 물건을 사거나 옷을 고를 때도 전문 코디네이터 못지 않게 충고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보지 못하는 것을 구실로 아무 물건이나 팔고, 유행이 지난 옷을 비싸게 구입했다는 소리를 들을 때면 너무 속상하다는 게 김팀장의 얘기.
그는 지난 95년 맹인복지연합회 인천시지부 사무국장을 시작으로 안마사협회 인천지부 사무국장을 지내면서 시각장애인들에 대한 불합리한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 97년엔 건교부 도시철도과를 찾아가 시각장애인들이 2000cc 신차구입시 세제혜택을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세제혜텍을 받는 1500cc의 차량엔 LPG장비가 장착되지 않아 불가피하게 2000cc를 구입할 수밖에 없어 세제혜택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설득하는 데 1년 가까운 세월을 보냈다고 한다. 그는 “불합리한 점을 지적해도 받아들이지 않는 공직자들의 자세가 문제”라며 “갖가지 이유를 들어 안된다고 못박을 때가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현재 인천지역에 시각장애인은 5천여명에 달하고 있지만 복지관에 등록한 이들은 8백여명에 지나지 않는다. 그 만큼 소외되어 있다는 게 그의 얘기다. 김 팀장은 이와 관련해 중학교 기간만이라도 일반인과 시각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공부할 수 있는 '통합교육'을 시범적으로 운영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시각장애인학교를 세우고 대학에 관련 학과를 설치하는 것은 결국 일반인들과의 사이에 더 높은 벽을 쌓을 수 밖에 없다고 그는 주장한다.
“시각장애인이 정안(正眼)인과 함께 어울릴 수 있게끔 하는 훈련도 중요하지만 정안인이 시각장애인에게 적응하는 훈련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徐晋豪기자·provin@kyeongin.com
시각장애인의 장애인 사랑
입력 2000-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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