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에 신규로 진입하는 고졸 및 대졸 미취업자를 위해 마련한 '정부지원인턴제'가 구직자와 구인업체 모두에게 외면당하며 겉돌고 있다. 고학력 인재들이 사무·관리직 등을 희망하고 있으나 구인업체는 생산직원을 찾는 등 서로 조건이 어긋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으로, 제도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1일 오전 경인지방노동청. 근로감독관 A씨가 안면있는 업체를 상대로 통사정을 하고 있었다. “생산직도 좋고, 사무직도 좋다. 인턴 좀 써달라”고 매달렸지만 반응은 시큰둥했다. 이 감독관은 “이달 말까지 10명의 할당량이 부과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대부분의 업체들이 구조조정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탓에 인력채용에 부담을 느낀다”고 말했다. 노동청 소속 각 과 및 지방사무소와 고용센터 직원들은 요즘 인턴사원 때문에 업무가 더 가중됐다고 하소연한다.

노동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제3차 정부지원인턴제'의 이달 말까지 총 채용목표인원은 인천 2천294명, 경기 7천834명 등 1만128명. 그러나 채용인원은 총 6천6백55명으로 65.71%에 머물고 있다. 43.58%의 서울지역보다는 낫지만 전국 지방청별로 볼때 5위다.

애초 이 제도는 취업자에게는 현장훈련 및 취업기회를 주고, 사업주는 채용자 1인당 월 50만원씩을 지급해 저비용으로 신규 미취업자의 실업률을 줄이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그러나 경기가 조금씩 풀려가면서 취업자의 눈높이가 다시 올라간데다, 제조업체 중심의 공업단지가 밀집한 인천지역의 경우 많은 업체가 생산직을 원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취업접점'이 빗나간 셈이다.

인천 I대학을 졸업한 이모씨(26)는 “인턴제공고를 봤지만 불안정한 계약직 근로자로 3개월을 보내는 게 싫어 다른 곳을 알아보고 있다”며 “친구들 중에는 신청했다가 영세업체의 생산직이라며 포기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인하대 취업정보센터 박건식계장(45)은 “중소기업을 알선해 줬다가 출근날 그만두는 바람에 업체한테 욕만 먹었다”며 “이런 마당에 인턴제에 매력을 느끼겠느냐”고 되물었다.

업체들도 나름의 이유로 고용을 꺼린다. 남동공단 모 중소기업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무·관리직이 아니라 생산직원”이라며 “고급인력을 데려가 괜히 채용을 안하면 원성만 듣게 된다”고 말했다. 경인고용센터 김세한센터장(59)는 “인천의 경우 영업 및 사무관리비율이 전체의 5% 정도에 불과해 구인 및 구직조건을 맞추기 힘들다”며 “아예 생산직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李旻鍾기자·minj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