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잇! 탕, 탕….”

버스문을 치며 출발을 알리던 만원버스 안의 여자차장(안내양)들. 아예 문에 매달리며 달리던 남자조수. 그러나 이런 모습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돈을 냈니, 안냈니 코흘리개 중학생들과 실랑이를 벌이던 풍경은 아스라히 사라진 추억이다. 지하철, 택시도 '서민의 발'에 끼게 됐지만 원조는 아무래도 버스가 아닐 듯 싶다.

우리나라에 버스가 처음 영업을 시작한 기록은 1931년 3월, 경기도 용인의 남상학씨가 '경수 자동차부'란 회사에서 서울과 수원간을 오간 것으로 되어 있다. 이어 서울에서는 '경성 유람 승합자동차 주식회사'가 세워져 서울시내 명소나 고적을 도는 관광버스를 운행했다.

1940년 전국 자동차수는 버스 1천156대, 승용차 1천311대, 트럭 3천693대, 기타 1천220대로 총 7천326대였다. 그러나 전시체제이던 일제가 트럭은 물자수송에, 승용차는 운행통제로 각각 묶었으며 버스도 연료의 통제, 운전사 징용 등으로 내모는 바람에 운송사업은 암흑기에 접어들게 된다.

해방 이듬해인 1946년 12월 전국의 버스는 760대, 1949년 1천2대였으며 전후인 1954년에는 2천542대로 늘었다. 1957년 5월 교통부는 운송사업의 면허를 통제하는 소위 '5.8라인'을 발표한다. 신규로 운송사업의 허가나 증차를 일체 불허했는데, 그 배경을 보면 당시의 사회상을 짐작할 수 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자동차가 웬 말이냐”란 '애국적인 지적'과 1년가도 버스 한 번 탈 기회가 없던 농촌사람들이 흙먼지를 일으키는 버스나 트럭을 보고 굉장히 부정적인 시각을 가졌기 때문이란 것이다. 이런 여론을 의식한 지방출신 국회의원들이 정부당국에 압박을 가했다고 한다.

1950년대 중반 국산합승버스가 선보인 이래 1960년대들어 선진공업이 만든 마이크로 버스와 河東煥자동차 등 지금의 버스와 유사한 형태가 나타났다. 마이크로 버스는 요즘의 마을버스와 비슷한 규모였다. 하동환자동차의 경우 가운데 문이 없었고 앞쪽과 뒷쪽에 문이 있었다. 1960년대 버스 요금은 시내 입석 5원-10원, 좌석 10원-20원이었으며, 시외버스, 포장도로 운임은 ㎞당 1.99전, 비포장도로운임은 ㎞당 2.22전이었다. 1968년 전국 버스는 1만519대로 늘었다.

인천의 버스역사 또한 국내 다른 지역의 그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제대로 윤곽을 드러낸 것은 1969년 무렵이다. 이전과 이후의 기록조차 관계협회 등서 찾기 힘들다. 인천의 시내버스업체 중 역사가 제일 오래된 제물포버스가 이해 4월 창립됐다. 1981년 10월에는 경기도에서 분리해 610대로 운송사업조합을 설립했다. 버스업체들의 친목단체인 '인천시승차권관리위원회'(위원장·김수성)의 정구창운영부장(57)은 제물포버스의 창립멤버. 정부장은 “1969년이전에는 20명 가량이 합승할 수 있는 작은 버스가 다녔다”며 “당시 별다른 교통수단이 없었으나 마을버스, 백화점셔틀버스, 지하철, 택시의 등장으로 운송수입이 격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물포버스(주)의 김현수배차과장(53)도 “70,80년대 특별한 운송수단이 없어 버스운영이 괜찮았지만 경영이 벅차다”고 설명했다. 그 때 기사들의 학력은 낮았으나 지금은 거의 고졸이며, 대졸자도 상당하다.

70년대에는 버스에 안내양 또는 남자조수가 있었다. 강용희씨(71·남구 도화동)는 “버스를 타면 앞문에 여자차장이 있었고, 요금을 직접 받았다”며 “인천의 한 버스회사가 근로자들을 혹사시킨다는 언론보도가 나간 후 업체 사장이 당국에 불려가 곤욕을 치렀다는 소식도 이 때 들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관계자들은 1984년을 전후해 여차장이 없어진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인천버스는 1983년 2월 교통부령에 따라 전국에서 처음으로 공동배차제를 실시했다. 현재 버스업체와 대수는 8개사에 1천5대.

노조측인 자동차지부에서는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나 업체측은 인건비가 너무 뛰고, 요금은 제자리걸음을 유지해 올해 부채총액이 306억7천여만원에 달한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지난해 10월 인천지하철 1호선개통으로 시내버스이용승객 20여만명이 흡수돼 더욱 힘들어졌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처지에다 서비스저하, 난폭운행, 노선의 지역적 편재, 배차간격 불규칙 등 이용측면의 문제점도 버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업체측의 노선반납과 지난 1월 인천시와 인천발전연구원이 주최한 '제1회 인천시 대중교통(시내버스)의 위기와 대책'이란 토론회는 이런 버스의 고민을 드러내고 있다. 인천의 버스는 지금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한 '구조조정의 갈림길'에 서 있는 셈이다. /李旻鍾기자·minj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