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후 3시께 인천시 서구 가좌 3동 260의 20 신진택시(주)(대표·김동문·58, 이하 신진). 세차와 교대를 하는 기사들로 북적이는 모습은 여느 택시회사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10년은 훨씬 넘긴 듯한 낡은 소퍼와 나무책상 등 허름한 사장실은 예사롭지 않다. 외형따윈 신경쓰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이는데, 이 회사의 인적구성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을 갖게 한다.
신진의 기사 120명 중 정천용(46), 소두영(35), 장동설(31), 박경섭(39)씨 등 30명은 손 발이 자유롭지 않은 장애인들이다. 물론 운전엔 아무런 지장이 없다.
“무슨 대단한 일도 아닌데 알려지는 게 싫다”며 손을 내젓는 김사장. 하나 신진의 속내를 아는 사람들은 '장애를 보듬는 사랑의 택시'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300인이상 장애인의무고용사업체도 아닌 마당에 이 많은 장애인을 채용한 데엔 분명 남다른 결심이 있었을 터이다.
지난 80년 설립된 신진이 장애인들을 기사로 채용하게 된 시기는 97년. 멀쩡했던 기사가 개인택시를 받아 나갔다가 지병 탓에 장애인으로 살게 된 게 계기였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인천사무소를 통해 그의 처지를 다시 접한 김사장은 '장애인과 고용문제'에 새롭게 눈을 떴다.
이후 공단을 통해 운전이 가능하고, 본인의 의지가 강한 이들에게 핸들을 맡기게 됐다.
어려움도 뒤따랐다. 화장실을 새로 고쳐야 했고, 아무래도 몸이 불편하다 보니 반들반들 윤이 나는 택시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하지만 만족감과 긍지를 갖고 일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보람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게 김사장의 얘기.
“외부에서는 이런 사실을 몰라요. 전혀 얘기를 안했거든요. 자랑거리도 아니고…. 그렇지만 서로 돕고 사는 게 사회를 좀 더 훈훈하게 만들지 않겠어요? ”
김사장 덕분에 신진에 입사한 장애인기사들의 이직률은 0%. “우리가 잘해서가 아니고 환영하는 곳이 없으니까 그렇겠지”라는 김사장의 말에도 불구, 오토매틱 차량을 배려하고 추가채용을 계획하는 그에게선 더불어 살아가는 따스한 마음이 묻어난다.
그래서인지 기사들의 표정도 더 없이 밝아 보인다. 초등학교 3학년때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를 잃은 조세원씨(42)는 “양복기능공, 슈퍼마킷 등 안해본 일이 없는데, 지금 일이 제일 떳떳하다”고 말했다.
장애인 구인·구직을 맡고 있는 장애인공단에서도 이 회사에 대한 시선이 각별하다. 인천사무소 직업재활부 허인환씨(33)는 “서구, 동구, 중구를 담당하는데 대부분 업체의 고용의지가 미약하다”며 “지난해 장관표창을 상신하려 해도 마다했던 곳”이라고 귀띔했다.
김사장은 “장애인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사회적인 포용력이 아직 부족하다. 기사들에게 특별한 물질적 배려는 할 수 없겠지만, 일반인과 똑같이 대우해 주는 게 오히려 차별의 벽을 없애는 길이 아니겠느냐”며 빙그레 웃었다.
/李旻鍾기자·minjong@kyeongin.com
장애 보듬는 사랑의 택시회사
입력 2000-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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