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흥청망청 돈을 쓰는 과소비 풍조가 되살아나고 있다. 경제사정이 조금 나아지면서 '망국병'으로 일컬어지는 향락·퇴폐 문화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IMF 한파 이후 한동안 침체에 빠졌던 인천시내 대형 나이트클럽과 단란주점 등 일부 유흥업소들은 최근들어 다시 호황을 누리면서 퇴폐영업을 일삼고 있다.

지난 4일 자정께 남동구 간석동 모 나이트클럽. 징검다리 휴일을 맞아 손님들이 발디딜 틈없이 홀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새벽 3시까지 60여개 테이블은 빈 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꽉 찼다.

한 웨이터는 “국회의원 선거기간에만 해도 손님들이 줄어 일당조차 벌기 어려웠으나 요즘엔 장사가 아주 잘되고 있다”며 “계절이 바뀌면 대개 영업이 신통치 않았는데 올해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손님이 2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연수구 송도의 B단란주점. 작은 룸 두세개를 제외하고 10여개 룸이 새벽 2-3시께까지 들어찼으며, 일행이 서너명씩 되는 손님들은 대부분 10만원 짜리 양주를 몇 병씩 비웠다.

이 단란주점의 경우 여종업원 봉사료가 1인당 10만원에 달하는데도 불구, “물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40대 남자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게 주변업소들의 얘기다.

일부 손님들은 이날 200만원이 넘는 술값을 지불하면서 여종업들과 속칭 '2차'를 나가려다 “여종업원이 없어 오늘은 힘들다”고 거절하는 단란주점 사장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퇴폐 이발소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연수구 청학동, 남동구 간석동, 남구 주안동 등지엔 요즘 퇴폐이발소들이 잇따라 생기면서 기존 소규모 '모범이발소'들은 장사가 되지 않는다며 아우성이다.

이들 업소는 30~40대 여자들을 고용해 퇴폐영업을 하면서 적게는 6만원에서 많게는 8만원까지 이용료를 받고 있는 실정.

시민 정모씨(43·연수구 동춘동)는 “서민들은 아직도 IMF 여파에 시달리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데 여기저기서 돈을 흥청망청 쓰는 행태를 보면 다시 경제위기가 닥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車埈昊기자·JUNh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