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8일 오후 3시께 중국 吉林省 延吉(YANJI)시에서 40분 남짓 떨어진 豆滿江. 다리 너머로 한 여인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는 게 먼 발치에서도 또렷하게 보였다. “어디 다녀 오십니까?”란 질문에 “함흥에 사는 오빠네 집에 갔다 온다”고 힘겹게 말하는 40대 여인은 중국에 사는 조선족. 안내원의 제지에 더 이상 말을 붙이지 못했지만, “경제사정이 너무 안좋아서….”라고 말꼬리를 흐리는 어두운 얼굴표정은 북한의 식량난을 그대로 드러냈다. 다리 하나 건너 북녘 땅에는 언제 올지 모를 중국의 친척을 기다린다는 20여명의 동포들이 올망졸망 앉아 있다.
연길은 '푸른 물'은 찾아 보기 힘든 두만강을 끼고 있었다. 북한과의 거리는 불과 54㎞. 4월 20일~5월 4일자인 길림신문 해외판 '동북저널'은 '연변 조선족 김치 일본서 인기', '강원 속초~러시아 자루비노를 잇는 백두산 항로 이달 28일 첫 취항', '연변과기대 취업상담회'같은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해란강', '용정시 대성중학교의 윤동주시비' 등 결코 낯설지 않는 말들은 연길을 포함한 연변이 한국 근대사의 질곡을 관통하는 중심에 서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연길은 중국 연변 조선족자치주의 수도다. 이 곳은 해외에서 유일하게 조선족 자치권을 지닌 지역으로 연길, 도문, 훈춘, 용정, 돈화, 화룡시 등 6개시와 왕청현, 안도현 등 2개현으로 구성되어 있다. 면적은 42.700㎢로 인구는 218만명. 이가운데 조선족이 40%다. 연변의 정치, 경제, 문화를 선도하는 연길의 인구는 39만명으로 조선족이 60%다. “연길에 오는 바람에 중국말을 하나도 배우지 못했다”는 기업인들의 말이 실감날 정도로 우리 민족의 집중거주지인 셈이다.
27일 만난 白哲洙연길시장은 “연길이 개혁·개방이후 경제발전의 선두 역할을 하고 있다”며 “우리는 55개 중국 소수민족가운데 잘 먹고 잘 사는 게 꿈이고 목표”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한국의 산업경제, 기술을 유치하려고 노력중”이라며 “지리적 근접성으로 연길은 향후 20년내 큰 발전을 이룰 것이며, 한국이 대중, 대북진출시 이곳을 거점으로 삼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白시장은 조선족에 대한 한국민의 부정적 이미지에 대해서도 의식한 듯 “치안과 세수 관계 등의 '봉사성'을 강화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며 “개방구(공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중앙정부에 지원을 요청한 상태로, 한국 기업을 적극 받아들일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白시장의 자신감이 아니더라도 연길을 단순하게 GNP 9백달러선의 도시로만 인식할 필요는 없다. 기반시설의 부재에 따른 교통불편이 단점으로 꼽히지만 '길림경제의 강자'라는 별칭답게 잠재력이 무궁하기 때문이다. 장백산(백두산)과 삼림공원, 모아산삼림고원, 오도저수지관광구역 등 관광자원은 설명이 필요없고, 유리제조, 식품생산, 석유화학기계 등이 입주한 연길경제개발구, 매장량만 1억톤으로 추정되는 석유 등은 연길을 도약시킬 자원중의 자원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인재를 키워낼 교육기관이다. 핵심이 바로 지난 92년 개교한 연변과학기술대학. 한국이 자본을 대고, 중국이 부지를 내놓은 중국 최초의 중외합작대학이다. 이 대학 국제경제경영연구소 소장인 劉信一교수는 “중국내 1천70개 대학중 역사는 짧지만 인정을 받고 있다”며 “중국어, 영어, 한국어어 컴퓨터는 필수로 이수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의 벤처기업에서 까지 스카웃제의를 받는다”고 취업률을 자랑했다. 연변과기대의 성공은 곧 남북한정부의 승인을 거친 북한의 나진과학기술대학 건립으로 이어졌다.
연길에 대한 한국기업의 관심은 취재기간중 열린 중국 연길 한국상품도매센터 개장에서 알 수 있다. 연길시 서시장내에 지난 28일 문을 연 도매센터는 한국중소기업협동중앙회가 지은 지상 4층건물의 점포형 도매상가로 150여개의 점포가 들어서 있다. 의류와 가죽, 모피, 화장품, 문구류, 신발 등 각종 한국제품이 선보여 중소기업의 대중진출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연변한국투자인기업공작위원회' 尹國源회장은 “중국서 실패한 이들은 한국서도 경쟁력을 상실당한 이들”이라며 “세금 및 임대료 감면 등 대우가 파격적”이라고 투자환경을 소개했다. 尹회장은 또 “3~4년후면 중국정부도 투자기업인들을 더 이상 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급변하는 경제발전의 속도를 빗대어 말했다.
현장을 둘러본 인천 서구중소기업협의회 洪鶴杓회장은 “중국투자는 최소 중소기업 규모이상의 자본과 기술력을 갖춘 업체가 가능하다는 판단이 든다”며 “무조건적인 투자보다는 정확한 현지실정의 이해와 정보습득이 필요하며, 이 점을 회원 업체들에 바로 알리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中國 延吉市=/李旻鍾기자·minjong@kyeongin.com
신대중거점도시-下 대중투자 현장
입력 2000-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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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5-1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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