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가네…” 지난 13일 오전 11시 인천시 계양구 장기동 인혜학교 체육관. '제 19회 스승의 날'을 맞아 학생들이 '스승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정신·지체 장애학생 350여명이 혼신의 힘을 쏟으며 부르는 합창.
그 메아리를 듣는 전숙현교사(48)의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생활했던 갖가지 기억들이 새록새록 피어난다.
교사생활 27년 째인 그가 인혜학교로 옮긴 것은 이태전. 일반 초등학교에 근무하면서 특수학급을 지도하다 아예 장애아들이 모인 학교를 자원했다. 남들이 기피하는 특수학교지만, 전교사는 지난 76년 특수교사 자격증을 딴 후 줄곧 장애아동을 가르쳐 온 터였다.
“오랫동안 장애아들을 가르쳐 왔지만 이제야 겨우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랑과 사명감이 없으면 힘들지요.” 특수교육에 관한한 이제 '전문가'로 불러도 될 듯 싶은 말이자, '참 스승'의 길이 어디에 있는지 엿볼 수 있는 얘기다.
그는 지난 87년 6월 특수교사 연구회원으로 활동하면서 특수학급지도자료를 만들었다. 그 때만 해도 장애아 교육이 거의 무관심속에 방치되고 있었던 시절. 부모들조차 집안에 장애아가 있다는 것을 기피할 정도로 편견이 심했다. 심각성을 인식한 전교사는 그래서 특수학급 경영요령 및 자료 등을 제작해 각 학교에 보급하기 시작했다.
특히 자폐아들을 집중 지도하면서 아이들이 정상에 가까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다 97년말엔 아예 장애아들만 모여있는 학교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들을 더 잘 가르칠 수 있으리라고 믿었던 것이다. 하지만 말로만 듣던 인혜학교의 사정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인혜학교로 올 때만 해도 자신이 있었지요. 그런데 막상 아이들을 지도하다 보니 어려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어요. 장애정도가 심한데다 장애특징도 달라 가르치는 학생 모두의 특징을 알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지요.
또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학생들이 모여 있어 적응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어느 덧 그가 인혜학교에서 생활한지 2년 3개월. 전교사는 현재 연구부장으로서 장애정도에 따른 개별화 학습 프로그램 작성과 함께 수업의 질 향상을 위한 '특별연구 교사제 방안' 등을 마련하는데 몰두하고 있다.
신규임용 특수학교 교사를 지도하는 일 또한 그의 몫이다.
“장애아들이 사회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가르치는 게 보람이자 소망”이라며 활짝 웃는 전교사. 그에게 5월의 하늘은 더욱 푸르러 보인다./張學鎭기자·JIN@kyeongin.com
지체장애아들이 부르는 '은혜'
입력 2000-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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