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아트'란 주방브랜드로 유명했던 경동산업(인천시 서구 가좌동 570의 10)이 최근 퇴출결정을 받음으로써 각종 산업재해와 노조원 분신사망 등의 아픔을 안고 있던 40년 역사를 마감할 전망이다.

16일 경동산업 노조에 따르면 법정관리상태에 놓여 있던 경동은 지난달 25일 법원의 퇴출결정을 받은 이후 현재 노조가 회사측에서 양도·양수 계약서를 받아 자산매각 절차를 진행, 기업정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측은 “회사채무가 1천125억원으로 채권단경매와 가압류가 진행중”이라며 “그러나 경동이 51%의 지분을 갖고 있는 인도네시아 공장의 경우 법인체가 합작인 관계로 정리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경동노조의 투쟁은 지난 89년 분신사건으로 널리 알려졌다. 당시 대량징계 철회를 요구하며 사측과 담판을 벌이던 노동자들이 온 몸에 시너를 끼얹고 불을 붙여 2명이 숨진 것이다. 노조원 무더기 구속사태로 이어지면서 큰 파문을 일으켰던 노조의 투쟁에 대해 노동계는 재해시설미비와 장시간 근로 등 사측의 전근대적 노무관리 행태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공정이 대부분 프레스인데다 안전장치가 부족해 손가락이 잘리는 일이 다반사였다”며 “공정을 바꾸면 생산량이 대폭 줄기 때문에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조는 96년 이후 재해기록자만 갖고 있을 뿐 그 이전 숱한 사고기록은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측이 자체 보상금을 지급하면서 공상처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 노조위원장 박선태대책위원(39·민주노총 인천본부 전 사무처장)은 “가동을 멈춘지 1개월째로 일반 사원을 포함해 315명의 노동자들이 법정퇴직금과 위로금이라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인천노동운동에 한 획을 그었던 경동의 역사가 이렇게 끝나간다니 서글플 따름”이라고 말했다. /李旻鍾기자·minj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