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지대-6:벤처시대에 가려진 경제위기의 희생양-실직자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길거리로 내몰린 수많은 실직자들. '구제금융한파' 만 2년을 지나면서 이들에게 집중됐던 정부와 지자체, 사회의 관심이 점차 희석되고 있다. 'IMF터널'을 빠져 나왔다는 경제회생론, 벤처와 주식열풍 등 장미빛 청사진에 가려 가정해체의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의 아픔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실업률이 4.7%선으로 떨어졌다고 하나 고용상태가 계약, 파견, 임시·일용직 중심으로 불완전해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 모를 근로자들이 상당수다. 인천의 실업률은 지난 4월 현재 전국 평균보다 높은 6.0%로, 6만9천여명이 구인·구직기관을 전전하고 있다. 이들은 대개 1년 이상의 장기실업자다. 실업사태의 후유증이 여전한 것이다.

실직자에게 급식을 제공했던 남구 주안 5동 '실직자를 위한 희망의 나눔터'에는 요즘도 한달 평균 80~90명에 이르는 구직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부분은 40~50대 가장들로 일자리를 찾겠다는 열망은 강하다. 하지만 나이가 많은데다, 특별한 기술도 없어 채용되기란 바늘구멍 만큼이나 힘든 상황이다.

생산직에 18년동안 종사했다는 김모씨(48)는 40만원짜리 월세에서 고교에 다니는 두 자녀의 학비를 대느라 버거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생활비와 학비마련을 위해 배달일을 희망하고 있다. 70세의 노모를 봉양중인 한모씨(45)는 “올 초 산재까지 당해 한 쪽 손이 부자연스럽다”며 “10만원짜리 월세에 사는데 어떻게든 일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쉼터의 운영책임을 맡고 있는 심동신씨(39·여)는 “실직자 상당수가 자녀의 학비문제, 가정 불화, 패배감 등으로 괴로워 한다”며 “취업알선에 온 힘을 쏟고 있지만 저조하다”고 밝혔다.
노숙신세로 전락한 이들의 사정은 더 절박하다. 계양구 계산 2동 노숙자 쉼터인 '내일을 여는 집'엔 요즘도 50여명의 남여 노숙자들이 숙식중이다. 쉼터측은 “노숙자가 줄었다고 하나 계절적 요인이 강하다”며 “특히 가정해체와 폭력, 이혼증가로 여성노숙자가 급속하게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가장의 실직이나 이혼 등으로 인한 가정해체가 가출과 폭력, 사고 등을 야기한 사례는 부지기수다. 이 때문에 쉼터는 노숙자 자녀를 위한 무료탁아방, 충격완화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기도 했다. 쉼터 운영자인 이준모목사(38)는 “지하철과 공원 등의 노숙자가 200명 가량으로 파악된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재활프로그램을 통해 노숙자들의 자활을 유도하고 다시 자립으로 이어질 수 있게끔 '복지 인프라'를 형성해야만 실직으로 인한 가정해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李旻鍾기자·minj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