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유원지는 도심에 위락시설이 별로 없던 70년대까지만 해도 여름철 수도권 시민들의 '피서지'로 각광을 받았던 곳이다. 시간과 비용을 많이 들여 멀리 나가지 않더라도, 가족·연인과 함께 '뭍'에서 해수욕을 하며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국적 정취를 자아내는 인공백사장과 소나무 숲, 그리고 병풍처럼 둘러싼 유원지 뒷편 청량산 등이 어울어져 한나절 휴식처로선 그만이었다. 송도유원지는 또 우여곡절 끝에 지난 4월 말 다시 개방한 '아암도'와 함께 많은 이들에게 추억을 안겨주면서 인천인은 물론 수도권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경기도 안양시에 사는 조정문씨(67·만안구 박달동)는 “당일치기로 놀러갈만한 데가 마땅치 않던 시절, 송도유원지는 경인선이나 수인선 열차를 타고 가서 낭만을 즐기던 곳”이라며 “해수욕도 할 수 있어 하루 가족단위 나들이 코스론 안성맞춤이었다”고 회상했다.
송도유원지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공백사장을 만들어 해수욕장을 개장했는데, 그 조성시기는 일제 때인 193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월미도 임해유원지와 함께 우리나라 관광지 개발의 '효시'였던 셈. 하지만 송도유원지 역시 일제의 경제수탈에서 비롯된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일본은 1930년대 들어서면서 경제·군사적으로 초강대국 대열에 진입했고, 결국엔 대륙침략의 야욕을 키우기 시작했다. 협궤열차로 잘 알려진 수인선 건설도 그런 준비작업의 일환이었다. 인천-수원-여주를 잇는 수인·수여선을 통해 경기도 내륙의 질 좋은 쌀 등 각종 곡식을 인천항으로 수송한 후 일본으로 가져가기 위한 것이었다. 수인선이 1937년 개통되자 일제는 미곡 이외에도 이용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으로 송도역 인근에 월미도 휴양지와 비슷한 관광지를 개발할 계획을 세웠다. 송도유원지는 그렇게 해서 탄생했다. 일제는 특히 그 무렵 대륙침략 전단계로 군사 요충지였던 월미도를 요새화하기 위해 월미도 위락시설들을 점차 폐쇄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러려면 또 다른 유원지가 필요했는데, 송도가 대상지로 결정된 것이다.
개발 초기 송도유원지엔 바닷물을 끌어들여 만든 수문개폐식 해수욕장과 무대시설, 그리고 어린이 놀이터와 운동장, 동물원, 간이호텔 등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워낙 월미도 유원지가 유명하고 시설도 상대적으로 뒤떨어진 탓에 사람들은 월미도로 몰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청량산에 둘러싸인 아늑함과 자연풍광, 유원지 앞 개펄 너머 아암도 등 나름의 특색으로 명맥을 유지했다.
그러다 일제는 송도유원지를 종합휴양지로 건설하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 전 태평양전쟁에 돌입함으로써 모든 투자를 중단했다. 따라서 유원지 활성화는 물건너 간 채 해방을 맞았고, 곧 이어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더욱 침체했다. 6·25 당시 송도유원지엔 UN군으로 참전한 영국군과 미군이 주둔해 있었다. 철모와 군복이 특이해 이목을 끌었던 영국군은 10여일씩 중대 규모의 병력을 배치해 정비시간을 가졌다고 주민들은 전한다. 송도에서 태어난 최재덕씨(62·연수구 옥련동)는 “6.25 때 장갑차를 앞세운 미군과 45㎜ 포로 무장한 영국군이 송도유원지 안에 주둔하면서 휴식을 즐기던 모습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이후 송도유원지는 1961년 11월 19일 국가지정 관광지로 승인을 받으면서 전환기를 맞았다. 그 때부터 2만5천여평 규모로 해수욕장을 정비하고 별장과 어린이 놀이터, 야외무대를 설치하는 등 유원지를 새롭게 단장해 다시 수도권 주민들의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그러나 송도임해토지주택주식회사와 송도관광주식회사 사이에 이권다툼이 끊이지 않는 바람에 종합유원지로서의 개발은 난항을 거듭했다. 결국 1963년 토지수용령을 통해 인천시 직영의 인천도시관광주식회를 설립, 그 해 6월 어린이놀이터 등 각종 시설공사를 마무리해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이어 송도유원지는 1987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종합휴양업 1호로 등록, 새로운 전기를 맞는가 싶었다. 하지만 그 때는 이미 과천 서울랜드, 용인 에버랜드 등 수도권 지역 곳곳에 대형 위락시설들이 문을 열어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각종 시설물이 낡고 구식이었던 송도유원지는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적자운영을 면치 못한 채 오늘에 이르게 됐다.
인천도시관광측은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모두 596억원을 투자하는 송도유원지 중장기 개발계획을 발표하고 “서해안 최대 종합유원지의 위상을 회복하겠다”며 사업추진을 본격화하고 있다. 우선 오는 2002년까지 유원지내 1만여평의 보트장을 매립, 차량 2천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공간을 확보할 방침이다. 아울러 오는 2008년까지 1만5천여평에 달하는 해수욕장을 축소해 호수와 산책코스를 새로 만들고, 썰매장 옆에 1만여평 규모로 실내수영장을 겸한 워
[激動한세기…인천이야기·90]송도유원지
입력 2000-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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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5-23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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