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이용대금 청구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들어 금융기관이나 카드회사들이 개인의 능력여부에 상관없이 신용카드를 무차별 발급하면서 이용대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고객들이 부쩍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지법 민사법정(1개 단독)엔 요즘 하루 평균 15건 정도 가운데 신용카드 이용대금 청구소송만 3-6건에 이르고 있다. 카드대금을 갚지 못해 소송을 당하는 사람들은 크게 '생계형'과 '배짱형'으로 나뉜다는 게 법원측의 설명이다.

남동공단 중소기업에 근무하다 지난해 회사의 부도로 직장을 잃은 김모씨(38)는 생계를 위해 퇴직금과 함께 S카드사에서 발급받은 신용카드로 중고차와 물품 등 1천5백만원 어치를 구입, 야채장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갈수록 적자가 늘면서 결국 3천여만원의 빚더미에 올라 앉았다.

김씨의 카드대금은 확정지연손해료, 수수료 등을 합쳐 2천여만원. 갚을 능력이 없는 그는 결국 고향으로 내려갔고, 카드사는 소재불명인 김씨를 상대로 신용카드 이용대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배짱형'도 많다. 대학원에 다니던 안모씨(29·부평구 십정동)는 지난해 S은행에서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뒤 컴퓨터와 오디오, 유흥비 등으로 1천2백여만원을 썼다. 그러나 카드대금을 갚을 수 없게 되자 학교마저 그만두고 잠적했다. 은행은 수차례 김씨에게 연체카드대금 청구서를 보냈지만 소용이 없자 소송을 제기했다.

전자회사 여직원 김모씨(23·계양구 계산동)는 취업과 동시에 H·J은행과 S·L카드사에서 4개의 신용카드를 발급받았다. 하지만 그 역시 2천여만원의 카드대금을 갚지 못하자 얼마전 회사까지 그만뒀다. 김씨의 카드사용내역을 보면 유명 의류, 화장품, 신발 등을 구입하는 데 많은 돈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신용카드 이용대금 청구소송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금융기관과 카드사들이 경쟁적으로 개인의 능력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카드를 마구 발급해 주기 때문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카드사 채권팀 관계자는 “신용카드 장기 연체자에 대해서는 이용대금 청구소송외엔 돈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올들어 대금을 장기 연체하는 고객들이 부쩍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宋炳援기자·s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