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은 그동안 한반도 냉전의 벽을 허물고 화해와 협력, 평화정착의 대장정에 첫발을 내디딘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다. 분단 반세기만에 남북 정상회담 합의사실이 알려진 이후 국민들은 큰 기대감 속에 이번 회담이 남북교류를 촉진, 통일을 앞당기는 계기를 마련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북 5도 인천지역연합회 장덕산(張壽山)회장(77·함경북도 성진 출신)에게 남북정상 회담에 대한 실향민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남북 정상회담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실향민들의 감회는 그 누구보다 남다를 수밖에 없겠지요. 고향에 돌아갈 수도 없고 혈육과 헤어져 있어야 하는 아픔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잘 모를 겁니다. 반세기만에 북녁 땅에 우리의 국가 원수가 공식 방문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가슴 벅차 오릅니다. 더욱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산가족'문제도 다룬다고 하니, 실향민들의 한이 풀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산가족 문제 접근 방법에 대한 생각은
▲이번 정상회담 한번으로 모든 문제가 풀릴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남북관계에 대한 정부 발표 때마다 실망이 너무 컸기 때문에 큰 기대를 갖기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당국에서 북한에 끌려다니지 않도록 서두르지 말고 완급을 조절해야지요. 정상회담과 관련해 방문단이 남북을 오가는데 만족하지 말고, 이산가족 모두가 원하는 합리적이고 평화적인 해법의 첫 단추를 끼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봅니다.
-실향민 수는 얼마나 되는지
▲정부가 파악한 실향민들은 1, 2 ,3세대를 모두 합쳐 767만여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중 전쟁을 전후해 남으로 내려온 실향민 1세대가 123만여명으로 추산됩니다. 북한에 남아 있는 혈육의 기억을 생생히 간직하고 있는 60대 이상의 고령자도 70여만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특히 전국에서 실향민이 가장 많은 인천엔 1세대 실향민이 모두 70여만명이나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요. 이 가운데 황해도 출신만 40만명 정도입니다.
-이북 5도민회는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이북5도청의 도민회, 군·면민회에서 매년 가을 '이북5도 축구대회’등 연례모임이나 친목모임을 갖고 있어요. 전국적으로 이북 5도민회 외에 99개 시·군민회, 753개 읍·면민회가 등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1세대가 대부분 사망하거나 고령화되면서 실향민 단체의 활동도 크게 약화되고 있어 안타가깝습니다. 40-50대가 주축인 2세대가 그나마 명맥을 유지해 나가고 있지요.
-정상회담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북한은 지난 98년 3월부터 사회안전부에 주소안내소를 설치, 이산가족찾기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미국이나 일본 등지를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국내 이산가족은 포함하지 않고 있는 것이지요. 지난 92년 한·중수교 이후에는 중국내 상봉이 미국·일본을 제치고 가장 많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국내에서 만나야 합니다. 이산가족 만남이 이번 회담에서 당장 결실을 보지 못하면 다음 회담을 기약하면서 꾸준히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게 우리 실향민들의 생각입니다. /徐晋豪기자·provi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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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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