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과 주부들이 주식투자를 위해 PC방으로 몰리고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주가의 '맥'을 잡으려고 일손마저 놓은 채 PC방을 찾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공익요원들까지 관리·감독이 소홀한 틈을 타 PC방을 드나드는 등 상당수 직장인들이 일과시간에 주식투자에 매달려 각종 폐해가 우려되고 있다.

15일 오전 11시 30분께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 K PC방. 넥타이를 풀어제친 30대 후반의 직장인 6명이 주식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한숨을 몰아쉬던 한 남자는 울리는 핸드폰 소리엔 아랑곳하지 않고 컴퓨터 속도가 너무 느리다며 업주에게 항의했다.

보험회사에 근무한다는 양모씨(31)는 “주식투자에선 시간이 곧 돈이기 때문에 수시로 PC방을 찾는다”며 “회사엔 미안하지만 수천만원을 대출받아 날린 마당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남구 주안동 주안역 주변 M PC방의 사정도 비슷했다. 여기선 직장인보다는 주부 등 여자들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주부 조모씨(39·주안동)는 남편과 아이들이 나가고 나면 청소를 마치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PC방에서 주식투자를 한다. 그는 “올초에 날린 8백여만원을 되찾아야 한다”며 “주식투자자들이 PC방에 많이 모여 정보를 얻을 겸 해서 나온다”고 털어놨다.

이 곳 인근 PC방에선 공익요원 복장을 한 20대 손님이 컴퓨터 앞에 앉아 주식거래 현황을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다. 일주일에 서너번씩 공익요원들이 PC방을 찾고 있는데, 일부는 주식투자보다는 한두시간씩 게임을 즐기다 돌아간다는 게 업주의 귀띔.

이에 대해 시민 김모씨(39)는 “청소년들의 놀이문화 공간으로 이용되어야 할 PC방에 어른들이 일과시간에 몰려가 주식투자를 한다는 것은 우리사회가 그만큼 병들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宋炳援기자·s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