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학교급식 공급업체의 위생상태가 엉망이다. 이 때문에 여름철을 맞아 집단 식중독·이질 발생 등의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러나 당국에선 급식업체 점검·관리에 뒷전이어서 비난을 받고 있다. 급식업체의 실태와 문제점을 집중점검했다. 〈편집자 註〉

지난달 30일 대건고등학교 학생 330여명이 점심을 먹은 후 식중독을 일으키자, 교육청 등 당국에선 “영세한 학교 급식업체의 시설과 현 인력체계로선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등 무책임한 반응을 보였다. 급식업체에 문제가 있다는 건 인정하면서도 대책을 세우긴 커녕 책임회피에 급급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급식업체들도 위생관리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어 집단 식중독 사고 등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실정이다.

지난 12일 오후 4시께 남구 학익동 급식업체인 D산업(주). 저녁 급식으로 배달할 도시락을 준비하는 종업원들이 설겆이를 할 때 입던 옷을 그대로 입은 채 음식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청결유지를 위해 필요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일을 하고 있었다. 6명중 2명은 아예 위생모자조차 쓰지 않은 상태였다. 도시락에 랩을 씌우던 30대 남자는 거리낌 없이 맨손으로 작업에 열중했다. 한 켠에선 여자종업원이 장갑을 끼지 않은 채 단무지를 썰고 있었고, 밥을 퍼담던 이는 선반대 위로 떨어진 밥을 그냥 주워 담는 모습이었다.

인천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이 업체의 식품 보관창고엔 밀폐된 상태에서 환풍기 한대만 겨우 설치했을 뿐이다. 그나마 환풍기엔 커다란 구멍이 나 있었다. 온도조절 시스템과 식기 살균·소독 시설도 갖추지 않아 여름철 식중독 사고 등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등 작업장 곳곳이 허점 투성이었다.

얼마전 이 업체에서 학교급식을 공급받는 모여고는 밥에서 이물질이 나와 항의를 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업체 관계자는 “도시락 제공업체의 생명은 청결유지에 있다. 다른 업체들보다 시설과 위생 면에서 훨씬 깨끗하다”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D산업은 현재 인천 B여고 등 모두 6개 학교에 급식을 납품하고 있다. D산업과 학교급식 계약을 맺고 있는 학교 관계자는 “학교에 식당을 신축하고 싶어도 공간이 부족한데다 이웃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두달에 한번 꼴로 교장과 학부모 대표가 불시에 업체를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는 게 대응책의 전부”라고 말했다.

다른 급식업체의 사정도 비슷하다. 지난 13일 오후 5시 40분께 남동구 고잔동 160블럭에 위치한 N급식센터. 현재 H고를 비롯 5개 학교에 급식을 하는 이 업체 의 작업장도 한 눈에 불결함을 느낄 만큼 지저분했다. 조리를 하는 곳에 파리가 들끓는가 하면, 무더위에 대비해 음식물을 보관하는 식품보관창고엔 온도조절 기능도 없는데다 거미줄까지 쳐져 있었다. 또 설겆이한 물을 그대로 버리고 있었으며, 식기를 살균·소독할 수 있는 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였다. 음식을 싸는 랩 기계 주변엔 기름때가 덕지덕지 쌓여 있는가 하면, 음식쓰레기를 그대로 바닥 하수구로 흘려보내 환경오염을 가중시키고 있었다.

이처럼 비위생적인 실태 말고도 학교급식 공급업체에 대한 시설, 자격, 제한기준이 없다는 데 큰 문제가 있다. 실례로 위탁운영방식으로 학교급식을 시행하고 있는 일부 학교에선 최저입찰제로 업체를 선정하다 보니, 이득을 남기기 위해 저질의 식재료를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또한 식품위생법상 이들 학교급식업체가 사용하고 있는 곡류, 과일 등 농수산물과 정육(쇠고기·돼지고기)과 계육, 유제품, 수산물 등은 관리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도점검에서 제외돼 학교급식업체를 단속할 방법이 없다는 게 인천시 위생과 관계자의 얘기다.

인천시교육청 평생교육과 관계자는 “학교급식업체에 대한 관리를 교육청에서 담당하고 있지만 사실상 관리능력이 없어 모든 점검을 시에 의뢰하고 있는 상태”라며 “관련법도 허술해 학교급식 위탁업체에 대한 점검이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학부모 김철호씨(45·남구 학익동)는 “학생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선 반드시 학교급식공급업체에 대한 법적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당장은 학부모 대표들이 급식업체 점검반을 구성해 불시에 업체를 방문, 위생상태를 살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車埈昊·宋世俊·李宇晟기자·JUNh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