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납 꽃게 파문 때문에 애꿎은 상인들만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중국산 '납 꽃게'에 이어 '납 복어'까지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확인, 수입 수산물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긴 관련 업계가 시름에 빠져 있다.
갑작스런 중국산 수산물의 '납 파동'은 수산물 시장은 물론 국산만을 취급하는 전문식당가에도 한파를 몰고 와 하루 평균 매출이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90%까지 줄어드는 등 갈수록 업계에 엄청난 타격을 주고 있다. 업주들은 “파장이 빨리 가라앉지 않을 경우 많은 업소가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며 울상을 짓고 있다.
바레인, 베트남, 동남아시아 연안 등지에서 잡은 수입 수산물을 주로 취급하고 있는 부평시장과 부개시장 수산물 코너엔 '납 꽃게' 파동 이후 거래가 거의 끊기다시피한 실정이다. 업주들은 “추석 대목을 앞두고 개점휴업 상태여서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대부분 중구에 대형창고를 갖고 수산물 유통업을 겸하는 이 곳 업주들은 요즘 '하한가'에도 팔리지 않는 수입수산물 때문에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전문음식점 13곳이 밀집해 영업중인 부평 5동 해물탕거리의 경우 해물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면서 오랜 단골 고객을 제외하곤 찾는 손님들을 거의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다.
서구 심곡동 소래꽃게 전문점의 사정도 마찬가지. 꽃게와 아구찜을 전문으로 판매하면서 하루 평균 100만원 가량 매출을 올렸으나 '납파동' 이후 꽃게는 전혀 팔리지 않고 아구찜 만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매출이 평소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자 일부 업소는 종업원마저 줄이고 있는 형편이다.
연수구 옥련동 꽃게전문점인 해송의 경우 꽃게철인 5월에 연근해산 꽃게를 대량 구입한 후 창고에 보관하면서 물량을 확보해 왔는데, '납 꽃게' 파동 이후 매출이 20% 이상 줄어들었다고 한다. 업소측은 요즘 손님들게 일일이 “우리집 꽃게는 국산이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는 상황. 점심·저녁 시간대에 손님들로 붐볐던 연수구 송도의 '꽃게집 거리'도 찾는 이들이 거의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중구 사동의 복전문점인 이조복국도 이번 '납 꽃게' 사건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평일 점심 때 평균 70~80명의 손님이 찾았다는 이 업소 주인 김기철씨(49)는 “최근 소비자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평소 매출에 10%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복어만을 취급하는 전문점이어서 납복어 타격이 더 큰 것 같다”며 “중국산 복어를 전혀 취급하지 않고 국산만 쓰는데도 손님들이 찾지 않고 있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주말마다 북적거리던 남동구 소래포구도 지난 주말과 휴일에 평소보다 30%이상 소비자들의 발길이 줄었다.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감이 얼마나 팽배해 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셈. 이 곳 업주들은 “소래포구 꽃게 가게들은 직접 배를 타고 인천 연근해에 나가 꽃게를 잡아온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이 뻔히 알고 있는데도 '중국산 납꽃게'에 대한 불신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동남아 각지에서 꽃게 등 수산물을 수입하는 업자들도 중국산은 물론 다른 국가에서 들여 온 수산물조차 판로를 찾기 어려운데다 제 가격을 받지 못하면서 운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인천수협의 경우엔 연근해서 잡은 꽃게를 연안부두 냉동창고에 보관하면서 관내 업소들에 경매를 통해 판매하고 있지만 '납 꽃게' 사건 이후 10%이상 매물량이 감소해 사업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산 꽃게와 복어 등에서 납이 발견된 후 국민건강을 볼모로 한 비뚤어진 상혼에 소비자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하지만 선의의 피해자들도 많은 만큼 이에 대한 구제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社會部·younglee@kyeongin.com
꽃게등 수산물가게 울상
입력 2000-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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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8-29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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