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경인운하 건설사업을 놓고 환경단체 뿐만 아니라 사업지역 주민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된다며 집단 반발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환경단체들은 경인운하가 홍수예방과 물류절감이라는 건설목표를 달성하긴 커녕 오히려 제2의 시화호와 같은 환경피해를 일으킬 것이라며 건설반대 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

여기에다 공사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고 고향에서 쫓겨 날 처지에 놓인 경인운하 주변지역 농민 등 주민들도 생계대책을 호소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30일 오전 10시 30분께 인천시 계양구 평동 벌말마을 생존권대책위 사무실. 이병주위원장(49·평동 46) 등 주민들이 경인운하 건설로 입게 될 막대한 피해를 놓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이들은 “지금까지 김포공항 항공기소음과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 건설공사, 수도권매립지 도로공사 등으로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피해를 입어 오면서도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참고 살아 왔다. 그러나 내년 초부터 시작될 경인운하 공사는 주민들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 줄 게 뻔하므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 상야동과 하야동, 평동 등지의 120세대 주민들은 “대대로 농사를 짓고 살아 온 터전을 잃게 돼 막막하다”며 건설교통부와 인천시에 주거지 이전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더구나 굴포천 상류인 부천 중동과 부평, 계산구에 택지지구가 들어선 이후 이 지역 주민들은 지난 3년동안 매년 농지침수 피해를 당해 이젠 영농의욕마저 상실한 상태다. 주민들은 이주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곧바로 점거농성 등 집단 행동에 돌입하기로 의견을 모아 정부와의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경인운하로 인해 생계가 막막한 곳은 계양구 목상동과 다남동 일대 200여세대주민들도 마찬가지. 이들 주민은 굴포천 치수사업이 지난 95년 갑자기 경인운하 건설로 변경되면서 조상들이 물려준 농지 대부분을 공사부지로 헐값에 내놓았다.

주민들은 수용당한 경인운하 편입부지에서 올해 마지막 농사를 지었지만 경인운하 공사가 본격화하면 생업을 포기하고 길거리로 나앉을 판이라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게다가 형편없는 보상가격으로 정부가 논·밭을 강제 수용하다시피하는 바람에 주민들은 이주비조차 턱없이 부족,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애를 태우고 있는 형편이다.

경인운하대책위원회 박한욱고문(58·목상동 산 57-3)은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 왔는데, 신공항과 경인운하 건설로 대부분의 토지를 수용당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며 “정부가 주민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李喜東기자·dh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