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포드사가 대우자동차 인수 포기를 선언한 이후 가장 우려되는 게 '헐값 매각'이다. 그럼에도 불구, 대우차 매각 일정에 차질을 빚으면서 자꾸 기업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따라서 대우차의 부실 처리를 막기 위해선 기업가치를 제대로 유지하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6월 말 대우차 인수의 우선협상자를 정하는 1차 입찰에서 포드사가 제시한 인수가격은 7조7천억원. 당시로선 정부와 채권단을 놀라게 할 만큼 흡족한 인수액으로 평가됐다. 그 때 GM은 4조4천억원, 현대-다임러컨소시엄은 5조원대를 제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포드사가 대우차 인수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걸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포드의 인수 포기 이후 사정은 180도 달라졌다. 일부에선 “대우 채권단이 포드사가 제시한 인수 금액보다 월씬 낮은 3조원(27억 달러)대에 넘겨야 할지 모르며, 그렇게 되면 채권단의 부담은 한층 가중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심지어 GM측이 시간을 끌면서 1조원대의 헐값에 대우차를 인수하려는 속셈을 드러내고 있다는 소문마저 나돌고 있는 실정. 반면 정부와 채권단은 최소 6조원 이상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해외매각 일정이 뒤틀리면서 대우차는 지난 상반기를 기점으로 자본잠식에 들어가는 등 갈수록 경영여건 악화에 휩싸이고 있다. 6월 말 현재 대우차의 자산은 17조7천835원, 부채는 18조 2천267억원에 달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난해보다 자산이 13.9% 줄어든 반면 부채는 17.5% 늘어나는 등 자본잠식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9월 8일 대우차가 금융감독위원회에 제출한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대우차는 올 상반기에 3조82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3천193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올 상반기 중 기록한 순손실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난 9천294원으로 집계되는 등 영업환경도 계속 나빠져, “이대로 가다간 회생가능성이 희박한 게 아니냐”는 우려감을 높이고 있다. 여기에다 신제품을 만들기 위한 투자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미래가치마저 떨어지는 등 인수매력을 상실해 가고 있는 상황.
이와 관련, 대우자동차 사무노위 관계자는 “현재 대우차가 안고 있는 제일 큰 문제는 기업평가 가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채 헐값에 팔 경우 그에 따른 손실을 국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만큼, 정부와 채권단은 하루빨리 새로운 방식의 매각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李喜東기자·dh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