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학교'
선인고등학교(교장·박종식)가 내건 캐치프레이즈다. 즐거운 마음으로 배우고 가르칠 때 창의적인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선인고는 이를 위해 특기·적성 교육에 중점을 둬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도예반'이 그 대표적인 예.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도자기를 구울 수 있는 가마까지 준비해 만든 도예반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도시생활에선 좀처럼 흙을 만지고 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도예반 활동은 학생들의 인격 형성에 많은 도움을 준다고 한다. 인기의 비결인 셈.
도예반에서 학생들은 '흙과 불'의 미학을 통해 '노력과 결실'의 관계를 배우고 땀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는 계기를 갖는다. 현재 도예반 활동을 하고 있는 학생은 26명. 하지만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까지 100여명이나 도예반을 거쳐갔다.
도예반 지도교사 최영재선생(33·미술담당)은 “학생들이 입시위주 교육에 찌들어 있는 상황에서 도예를 접하는 것에 색다른 재미를 느끼고 있다”며 “흙을 만지고 말리고 굽는 과정에서, 그리고 이를 실생활에 이용할 수 있다는데서 학생들의 정서함양에 큰 도움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예반 활동을 하고 있다는 1학년 이회상군은 “흙을 만질 수 있다는 자체가 무척이나 행복하다”며 “잘 하지는 못하지만 어렵사리 만들어 학교 축제 전시회에 작품을 선보이고 나서 커다란 성취감을 맛보았다”고 말했다. 이군은 또 “중학교 때 선인고에 다니는 동네 선배들을 보거나 소문을 통해 학교가 좋다는 것을 알고 지원했는데, 희망대로 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소문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며 학교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선인고는 태권도와 양궁 등의 특기종목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태권도부는 제8회 인천시교육감기 대회 남고부 종합 2위, 제35회 대통령기 전국 단체 대항 남고부 우승, 제23회 연세대 총장기 대회 남고부 우승 등을 차지해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양궁팀 역시 제34회 전국 남녀 종별선수권 대회 30m 1위와 3위, 90m 2위를 차지했으며 제6회 세계 주니어선수권 대회에선 전성환 군(3학년)이 개인 2위, 단체전 3위에 올랐다. 특히 전군은 올해 국가대표에 발탁되기도 했다.
선인고는 졸업생 대부분이 4년제 대학에 입학하는 등 수능시험에서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지효근군이 올 대입수능 예능부문 인천수석을 차지했으며 지난 83년엔 학력고사 전국수석을 배출했을 정도로 많은 학생들이 뛰어난 실력을 보여 왔다.
학교 축제 '선인제전'은 다른 학교 학생들이 구경 올 만큼 유명하다. 미술·도예·만화·사진·문예 등의 전시회와 영화제작부, 전산부, 방송부, 게임토론부, 기악합주부, 댄스부, 풍물부 등으로 나뉜 공간행사의 '선인가요제', 각종 예·체능 발표회 등 다채롭게 펼쳐지는 축제는 최정상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인고 동문들의 학교사랑도 유별나다.
졸업 10년 후 10월 10일이 되면 학교를 찾아 당시를 회상하고 후배들을 격려하는 'Three Ten 선인의 날'을 갖고 있다. 이같은 모교사랑은 후배사랑으로 이어져 선배와 후배간 1:1 후원방식의 장학금 지급 제도도 마련되어 있다. 동문회 장학금에서만 10여명의 재학생들에게 3년간 학비전액을 지원하고 있으며 1기분 학비 지원 학생도 10여명에 이른다. 여기엔 교직원들도 동참해 매월 장학금을 적립, 연간 300여만원 규모의 장학금을 재학생에게 전달하고 있다. 동문회는 더 많은 학생들에게 장학금 혜택을 주기 위해 오는 2002년 5월 5억원 규모의 장학금 모금을 목표로 장학재단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제22대 교장으로 취임한 박종기 교장은 “다른 학교에서도 근무해 봤지만 선인 동문들 만큼 후배들에게 관심을 많이 기울이는 학교를 보지 못했다”며 “후배사랑은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학교에 대한 열정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학생과 동문이 함께하는 문예지 '선인문학'은 또 다른 자랑거리다. 60년대 상아탑 문예지로 출발한 교지는 70년대에 언덕문예지 등으로 변화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올해부터는 '선인문학상'을 제정, 선후배의 문학활동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기도 하다.
선인고의 모태는 1947년 10월 중구 답동 7번지에 설립된 성광중학원(聖光中學院)이다. 이후 1954년 성광상업고등학교로 교명을 바꾸고 57년 현 남구 도화동 교사로 이전했다. 이듬해 운영난에 처한 성광학원을 백인엽씨가 인수한 뒤 다시 선인고등학교로 이름을 바꿨다. 그리고 숱한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지난 94년 백인엽씨가 선인학원을 국가에 헌납하면서 선인고는 공립화했다.
선인고는 지난 2월(44회)까지 2만9천881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현재 76명의 교사가 1천578명의 재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선인고 출신 인사들은 지역사회 각계 각층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