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 사태를 한국 자동차 산업의 장기적 전망이란 차원에서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지적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다. 그러나 최근 포드사의 인수 포기 선언이후, 정부와 채권단이 당황한 나머지 해외매각을 서두르면서 헐값에 넘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 일고 있다.
 이에따라 대우차의 부실 매각을 막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시급한 자금, 즉 매월 1천억원 이상의 신규 자금을 비롯해 5천억원 이상의 추가 자금을 투입하는 한편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조사결과 지난 상반기에 이미 대우차는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포드사의 인수 포기이후 매각협상이 지연되면서 적자폭이 급속도로 확대돼 그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차의 평가가치 하락을 막기위해 자금 지원이 시급하다는 것은 그 때문이다.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 16일까지 1년동안 정부와 채권단이 대우차에 지원한 자금은 모두 1조7천억원으로 필요자금 1조8천억원에 근접한 상태. 여기에다 올해 말까지 대우차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선 당장 4천386억원의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매각이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상반기까지 재료비와 인건비, 일반관리비 등을 합쳐 8천200억여원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그러나 문제는 더 이상 '밑빠진 독에 물을 붓진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채권단이 대우차를 조기에 해외매각함으로써 '과부하'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선 대우차를 제가격에 매각할 수 없을 것이라며 걱정한다. 특히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가 대우자동차를 일괄 인수하겠다는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는 내용이 8일 발표되면서 상황이 급반전 기류를 타고 있지만 포드사가 제시한 70억달러에는 크게 못미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어서 이같은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우자동차 사무노위는 “국민부담을 최소화하고 국내 자동차 산업의 장기적 비전을 마련하기 위해선 대우차를 좋은 조건으로 매각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신속히 자금을 지원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또 “경쟁력없는 일부 생산시설을 제외한 채 해외에 분할 매각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으나 공장별 자산·부채 산정이 불가능하고 채권단에 엄청난 규모의 부실을 그대로 떠안기는 것”이라며 결국 일괄매각 방식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일부에선 포드사 인수포기이후 대우차를 공기업화 쪽으로 끌고 가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정부와 재계 관계자들은 “실현성이 없다”며 일축하고 있다. /李喜東기자·dh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