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 부도 여파 등으로 사회전반에 경기침체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거리를 방황하는 실직자와 노숙자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공원과 역주변을 배회하고 무료급식소에서 끼니를 때우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3일 오전 9시 10분께 계양구 계산2동 사이클 경기장옆 체육공원. 공원 벤치 주변에 20여명의 노숙자와 실직자들이 모여 일자리 정보를 교환하고 있었다. 이들은 추위를 잊기 위해 아침부터 소주를 마시며 생활정보지의 구인란을 확인했다. 일부 일할 의욕이 없는 노숙자들은 신문을 이불삼아 잠을 청했다.
 지난달 30일부터 계속 체육공원에서 하루를 시작한다는 정모씨(37)는 “회사부도로 임금도 못받고 나왔는데 다시 일자리를 구하려니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퇴직 후 주머니에 늘 이력서를 갖고 다니며 직장을 알아보고 있지만 구직업체도 별로 없고 계절적 영향으로 일용노동직마저 줄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김모씨(34) 등 10여명의 노숙자들은 점심을 무료로 제공하는 공원 인근 해인교회 무료 급식소로 발길을 돌렸다. 김씨는 “교회에서 주는 점심 한끼만으로 하루 식사를 대신한다”며 “다른 지역 무료 급식소도 알고 있지만 돌아다닐 기력조차 없어 점심만 먹은 뒤 공원 벤치에서 장기와 바둑 등을 두며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시 30분께 부평역 이벤트홀 주변. 김모씨(55)는 인근 가게에서 점심대용으로 소주 한병과 과자 한 봉지를 사들고 부평시장 부근 놀이터로 향했다. 8개월째 부평역 주변에서 노숙생활을 한다는 그는 “역사내 식품매장 무료시식 코너에서 아침을 때운다”며 “운이 좋은 날은 구걸로 점심값도 벌어 한끼를 해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후 3시께 남구 수봉공원. 옹기종기 모여 있던 10여명의 노숙자들은 벌써 이날 잠자리(?)를 찾기 위해 하나둘씩 자리를 뜨고 있었다. 최모씨(39)는 “공사현장에 있는 컨테이너나 빌딩 계단에서 밤을 보낸다”며 “날씨가 추워져 종이박스를 구하는 게 필수”라고 말했다.
 현재 인천시내엔 동구, 남동구, 남구에 각각 1개소를 비롯 계양구 2개소 등 모두 5개소의 노숙자 쉼터가 운영되고 있다. 이 곳에서 생활하는 노숙자들은 140여명. 여름철에 비해 20% 이상 늘었다.
 남동구 '주사랑 쉼터'의 손재오전도사(33)는 “요즘 추위가 닥치면서 쉼터를 찾는 노숙자들이 하루평균 3~5명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노숙자들은 누구든지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李宇晟기자·ws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