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가지 구설수로 주민들에게 따가운 시선을 받아 온 박수묵 부평구청장이 요즘 주민과 시민단체의 '퇴진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판공비 공개 문제부터 시작된 시민단체와 박구청장과의 충돌은 대우차 부도중 외유로 고비를 맞았다. 특히 시민단체들의 퇴진운동에 대우차 직원들까지 가세해 박구청장을 더욱 옥죄고 있는 상태. '실정'(失政)을 거듭하고 있는 박구청장에대해 주민여론 역시 갈수록 냉담해지는 등 불신감도 높아지고 있다. 퇴진 압력의 발단과 배경, 전망 등을 짚어보았다.
 ▲박수묵구청장 퇴진운동
 부평경제에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대우차가 최종 부도처리된 것은 지난달 8일. 그러나 '파산위기'에 처한 지역경제와 주민들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박구청장은 다음날인 9일부터 15일까지 태국의 너컨파텀시와 방콕 등지로 '외유'를 떠났다.
 대우차가 지역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감안하면 당연히 해외일정을 취소하고 '비상근무'에 들어갔어야 했다는 게 주민들의 생각이다. 이와 관련해 주민과 시민단체들은 “지역 문제를 외면하는 박구청장은 주민 대표로서 자격을 잃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결국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는 지난달 17일부터 '박수묵구청장 사퇴를 위한 주민서명'에 돌입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여기에다 지난 8일부터 대우차 부평공장 직원식당에서 점심시간을 이용, 인천연대와 대우차 직원들이 박구청장 사퇴촉구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갈수록 퇴진 압력은 확산되고 있다.
 ▲퇴진운동 배경
 그동안 박구청장은 잇단 구설수로 이미지를 실추했다. 더욱이 그는 실책을 거듭하며 시민단체들에 발목이 잡혀 사사건건 여론의 도마위에 오르는 수모를 당하는 등 주민들에게 불신을 받아오고 있는 상태. 시민단체들은 지난해부터 판공비 공개를 요구하며 법정소송과 함께 박구청장을 상대로 구청을 찾아가 연일 시위를 벌였다.
 여기에다 그는 얼마전 노모의 팔순잔치를 벌이면서 관내 주민들에게 초청장을 돌리는가 하면, 구정 홍보지인 '부평사람들'을 자신의 업적 알리기에 악용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더욱이 그는 인천에서 처음으로 활동을 시작한 부평구공무원직장협의회와도 불편한 관계를 지속하면서 내홍(內訌)을 겪고 있다. 부평구공무원직장협의회는 최근 기능직·고용직 등 하위직만을 대상으로 하는 공무원 구조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시위를 벌이는 등 박구청장을 압박하고 있다.
 ▲전망
 시민단체의 퇴진운동으로 박구청장은 정치 생명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있다. 아울러 최근 대우차 문제와 관련한 실수로 주민들의 불신이 높아져 운신의 폭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지난 98년 7월 취임한 이후 주민들을 위해 이렇다 할 실적을 내세우지 못한 채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실추된 이미지를 만회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사정은 별로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게 구청 안팎의 얘기.
 최근 일고 있는 기초자치단체장 임명제 논란도 이같은 구청장들의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임명직 전환에대해 기초자치단체장들의 반발이 거세지만 부평구에선 호소력을 별로 얻고 있지 못한 것도 그 때문이란 지적이다.
 이와 관련, 주위에선 박구청장이 앞으로 남은 재임기간동안 연임에 대한 사심을 버리고 지역과 주민들을 위해 합리적으로 구정을 수행하는 것이 유일한 돌파구라고 충고하고 있다.
/李喜東기자·dh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