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27일 낮 12시께 동구 송림 5동 '한나사랑촌'엔 점심식사를 하려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급식을 받은 사람은 모두 70여명. 대부분 오갈데 없는 독거노인, 자식이 맞벌이하는 관계로 점심을 걸러야 하는 노인, 노숙자들이었다. 이들은 10여분만에 쌀밥에 돼지고기, 김치찌개와 계란후라이, 멸치볶음 등을 담은 그릇을 깨끗이 비웠다.
 '한나사랑촌'에서 4년 전부터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는 심모 할아버지(72)는 “주위에 돌봐주는 사람이 전혀 없어 끼니를 거를 때가 많다 보니, 여기서 먹는 점심이 얼마나 소중한 지 모르겠다”며 “사회가 날로 각박해진다고들 하지만 사랑촌과 봉사대의 도움을 받고 있어 외롭지 않다”고 말했다.
 나눔선교회(회장·박용진 인천남부교육청 관리국장) 이동봉사대는 이처럼 매주 수요일 어김없이 주변 독거노인과 노숙자 등을 대상으로 무료급식사업을 펼친다. 끼니를 거르는 노인들에겐 그야말로 '구세주'와 다름없는 셈이다.
 봉사대가 '한나사랑촌'과 함께 무료급식을 실시한 지도 벌써 4년 째. 70인분 기준으로 한번 급식을 하는데 10여만원이 들고 최소한 3명 이상의 봉사자가 있어야 한다.
 '1일 봉사대원'으로 이날 무료급식 활동을 도운 이한미양(17·인천여중 3년)은 “식판을 나르고 설거지를 하느라 힘은 들었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맛있게 점심을 드시는 걸 보니 뿌듯하다”며 “새해에도 시간이 날 때마다 급식 봉사활동에 참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나눔선교회는 지난 87년 박회장 등 7명이 모여서 친목단체로 시작해 이제는 매달 회비를 내는 450여명을 포함, 2천여명의 회원을 둔 단체로 성장했다. 소년·소녀가장 돕기를 비롯해 장애인, 독거노인 등에 지원한 후원금만도 지금까지 3억9천여만원에 달할 정도. 지난해에만 3천900여만원이 들었다.
 장애인 복지사업과 노인복지사업, 장학사업 등을 벌이고 있는 나눔선교회는 지난 97년 4월 '나눔장애인이동봉사대'를 만들기도 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중증 장애인들을 위해 병원진료에서부터 교양강좌 수강, 개인적인 볼 일 등에 이르기까지 차량을 지원하자는 게 그 취지다.
 현재 공무원과 주부, 직장여성, 택시기사 등 185명의 봉사대원들이 205명의 장애인들의 손과 발이 되어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봉사대는 지난해 5월엔 2천500여만원을 들여 장애인 휠체어를 들어올릴 수 있는 리프트차량도 구입했다. 민간봉사단체로선 인천지역에서 유일하다.
 지난해 1월과 2월엔 봉사대원 70여명이 장애인 40여명을 용산전쟁기념관과 연수구 가스과학관을 구경시켜 주었다. 그리고 3월엔 2박 3일간 일정으로 장애인 10쌍의 신혼부부에게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보내주었다. 이후 계속해 바깥 출입이 자유롭지 않은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창덕궁과 드라마 촬영현장, 송도유원지 등의 나들이 행사를 갖기도 했다.
 보조금 없이 오로지 자체 후원금만으로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나눔선교회는 이밖에 생활이 어려운 장애인 가정 4곳에 매월 5만원씩, 독거노인 4명에 5만원씩, 중·고생 8명에게 장학금(학비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나눔선교회는 새해엔 장학금 지급대상 학생을 10명으로 늘리고 무료급식도 주 1회에서 5회로 확대할 예정이다.
 나눔선교회 오현철 사무국장은 “경제가 어려워서 그런지 최근들어 집에서 밥 먹는 것까지 자식 눈치를 보는 노인들이 부쩍 늘어 안타깝다”면서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계층보다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더 관심을 갖는 게 현실이지만 새해엔 좀더 많은 시민들이 이웃사랑 실천에 나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丁鎭午기자·schil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