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희망이 가득한 곳'.
 좋은 어린이 집(부평구 창휘마을 50번지)이 일구려는 '공동체'다. 야트막한 야산을 뒤로 하고 아담하게 지어놓은 이 어린이집에 가면 그야말로 희망과 꿈이 새록새록 피어나는듯 하다.
 “꽉 짜여진 일과시간표가 없는 곳. 아이들이 무얼 하든지 단체로 하도록 강요받지 않는 곳. 흙을 밟고 풀과 동물이 자라는 것을 보며, 햇빛을 받고 물놀이와 모래놀이를 할 수 있는 곳….”
 그래서 좋은 어린이 집에선 늘 '건강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좋은 어린이집을 만들기 위한 인천시민협동조합(이사장·한상욱)'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은 갈수록 개인화하고 피폐해지는 교육환경에서 벗어나 미래의 공동육아 문화를 어떻게 가꿔나가야 할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좁은 실내공간에서 카세트 음악과 만화영화, 복잡한 IQ테스트 같은 교재와 씨름하고 과자로 간식을 대신하며 하루를 보내는 여느 육아현장과는 사뭇 다르다. 전적으로 어린이를 중심으로 한 사고에 바탕을 두고 자연위주의 유아교육 프로그램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곳엔 성(性)이나 생활환경 차이, 장애에 대한 편견도 없다. 남자와 여자를 놀이, 활동, 색깔로 구별하지 않는다. 보육료도 가정형편에 따라 차등해 받는다. 아이들은 장애자와 생활하면서 자신과 다른 점을 느끼지만, 이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진정한 의미의 '사회성'에 대해서도 함께 배우고 있다.
 교육 내용이 이렇듯, '좋은 어린이집'이 생겨난 동기도 다른 곳과는 아주 다르다.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고 아이들을 맡길 곳을 찾던 맞벌이 부모들이 제도화하고 획일화한 교육에서 벗어나 '참 사람됨'을 가르치자는 뜻을 모아 지난해 9월 '좋은 어린이집'을 열었다. 가구당 500만원씩 출자금을 부담하기로 하고, 처음 20여명으로 출발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230여명이 장학회원과 조합원으로 등록할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이들이 모은 기금만도 이미 6억원을 넘어섰다.
 회원중엔 아직 결혼하지 않은 미혼자들도 있다. 앞으로 태어날 자녀를 위해 미리 조합원에 가입해 500만원의 출자금을 선뜻 내놓은 것이다. 아직 자녀가 없는 출자자들의 생각 역시 같았던 셈.
 “무엇보다 여러 사람들이 공동체 속에서 아이들을 교육하기 위해 어려운 형편에도 힘을 모은 것이 지금의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고 교사들은 강조한다.
 좋은 어린이집엔 현재 70명(생후 3개월~초등학교 3학년까지)의 어린이와 13명의 교사가 함께 생활한다. 학부모와 교사들은 모두 출자자로서 틈틈이 전문 교육기관에서 일정 교육을 이수할 정도로 애정을 쏟는다. 그래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지식 수준' 또한 매우 높다. 모든 운영규정은 부모들이 만들고 인사와 급여규정은 교사들이 정한다.
 김혜은교사(34·여)는 “한 아이의 삶의 가치관과 미래가 바로 우리 손에 달려 있다는 신념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며 “아이들에게 편견없는 세상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길러주고 싶다”고 말했다. /徐晋豪기자·prov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