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화 및 산업화의 영향으로 오·폐수의 방류량이 급증하면서 크고 작은 하천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인천 중심가와 남동유수지를 거쳐 서해안으로 흐르는 승기천도 수질 오염이 극심한 하천 중 하나다. 이에 따라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6년 전부터 꾸준히 승기천 살리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하천의 기능을 되찾아 시민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이런 노력은 지난해 12월 '승기천사랑모임' 설립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승기천의 오염실태와 수질 개선방향 등을 짚어본다.
 ◇실태 및 문제점=승기천은 길이 10.33㎞의 지방 2급 준용 하천. 현재 오염이 너무 심해 자정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다. 하천에서 코를 찌르는 악취가 풍겨 주민들이 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기도 하다. 하천이라기보다는 하수로 불러야 할 만큼 오염이 심각한 실정.
 최근 인천지역 환경기술개발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승기천의 경우 지난해 7월 기준으로 수질오염도를 나타내는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이 15.9●, 화학적산소요구량(COD) 10.4●, 부유물질(SS) 5.9●, 총질소량(T-N)30.55●, 총인량(T-P) 2.16●으로 나타났다. 수질환경기준 6등급수보다 5~6배 초과하는 수치들이다. 특히 노르말 헥산과 같은 유해화학물질과 각종 중금속도 다량 검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승기천의 오염은 생활하수와 남동공단의 공장폐수 등이 여러 경로를 통해 흘러들면서 가중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인천시는 교통량 증가에 따른 주차난 해소 등을 내세워 승기천을 복개했다. 이처럼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행정으로 승기천을 하수도로 전락시킨 것이다. 하천을 복개하면 시민들의 감시대상에서 멀어지기 때문에 오염을 더한다는 게 환경운동 관계자들의 주장.
 실제로 복개된 승기천 상류 지역에는 종합문화예술회관과 농수산물도매시장, 신세계백화점 등 대규모 시설들이 들어서 있어 이 곳에서 발생하는 오·폐수가 하류까지 흘러든다. 여름철엔 심한 악취를 내뿜어 시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또한 승기천 유수지의 제방과 수문에 의해 조수의 유입이 차단되면서 생태계 단절 등의 문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
 ◇개선방향=승기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우선 시와 기업체,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시급하다고 환경운동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어느 한 쪽의 노력만으론 승기천을 살리기에 역부족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천을 살리는 방법 중에선 하수도 시설 개선이 선결과제로 꼽힌다. 현재 인천의 하수도 시설은 생활하수와 공장폐수가 뒤섞여 하천으로 흘러드는 합류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시는 하천 수질개선을 위해 준설과 개수 등의 정화사업을 벌인다고 하지만, 물의 흐름을 빠르게 하기 위한 정비 작업일 뿐 생태적으로 하천을 살리는 근본대책은 아니다.
 따라서 합류식인 하수도 시설을 분류식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생활하수와 공장폐수 등이 섞이지 않고 오염물질을 제거한 후, 하천으로 흘러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 그렇게 되면 하천이 자정능력을 갖고 되살아나 자연 생태계도 복원할 수 있다고 한다.
 아울러 행정당국이 예산을 투입해 적극적으로 대책을 세운 후 기업체와 자치단체, 시민들이 하천오염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갖도록 유도해야 한다. 여기에 생활하수와 공장폐수에 대한 감시·감독 및 폐수 배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승기천이 맑은 하천으로 바뀌면 수질개선 뿐만 아니라 하천에서 발생하는 수분에 의해 여름철 대기온도를 낮출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인천의제 21 실천협의회측의 분석이다. 인천의제 21 실천협의회 박영복 실행위원장은 “승기천을 살리면 수질오염 예방은 물론 지역의 환경을 개선해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며 “올해 안에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찾아 내년에 시에 승기천 살리기를 위한 예산 편성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李宇晟기자·ws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