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오후 4시 대우자동차 노동조합이 천막 농성을 하고 있는 부평구 산곡동 성당에 20여명의 어린이들이 찾아갔다. 이들 방문객은 지난해 9월 '좋은 어린이집을 만들기 위한 인천시민협동조합'이 세운 부평구 부평 3동 '희망세상 어린이 집'에 다니는 어린이.
 이들은 이날 농성 천막이 즐비하게 늘어선 성당으로 들어가 두줄로 선뒤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란 노래로 대우차 노조원들과 '상견례'를 가졌다. 이어 고사리손으로 준비한 부침개를 노조원들에게 전달하며 “대우자동차 노동자 삼촌, 힘내세요”란 말을 덧붙였다. 노조원들도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이들 꼬마 방문객을 힘찬 박수로 맞이했다.
 노조원들을 가슴 뭉클하게 만든 것은 이들이 건네준 편지. 한 어린이는 “밥은 안드시고 라면만 드신다면서요? 밥도 많이 먹고 힘내세요”라고 적었다. 또 어떤 어린이는 '대우자동차 살려내라'는 서투른 글씨와 함께 노조원들이 만세를 부르는 그림을 편지에 담았다.
 “아이들이 왜 부평에 경찰 아저씨들이 많이 있냐고 자주 질문하길래 상황을 설명해줬어요. 그리고 오늘 부침개를 만들면서 누구랑 같이 먹고 싶냐고 물었더니 몇몇 아이들이 대우차 노동자들과 먹고 싶다고 하더군요.”
 인솔교사 백혜경씨(26)는 “한 아이의 부모가 이번에 대우자동차에서 해고를 당했는데 철 없는 마음에도 친구의 아픔을 함께 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아름답고 좋은 모습만 보기에도 벅찬 나이. 어른들이 벌여놓은 일에 동심(童心)또한 안타까움을 전하고 있었다.
/임성훈기자·h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