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터전인 개펄과 맞바꾼 땅을 밟아봐야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네요….”
 연수구 송도지역 어민들이 개펄을 내주는 대신 인천시에서 받기로 약속한 생활대책용 토지의 지급이 수년째 늦어지면서 깊은 시름에 빠져 있다.
 평생 조개 등 어패류를 채취하면서 개펄과 함께 살아온 어민들은 인천시가 첨단산업 유치를 내세워 매립엔 온갖 힘을 기울이면서 정작 생활 터전을 내놓은 어민들에겐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린다.
 50년 째 송도개펄에 의지해 생활을 꾸려왔다는 정옥선 할머니(71·남구 학익동)는 “인천시가 당초 99년에 매립한 토지의 등기를 이전하기로 약속한 후 아직도 지키지 않고 있다”며 “땅도 만져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는 동료 어민들을 보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하소연했다. 인천시와 매립 완공 후 생활대책용 토지를 받기로 약정한 지난 97년 2월 이후 이렇게 세상을 뜬 어민들만 37명.
 송도 개펄 매립은 지난 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개펄엔 송도(274명), 척전(462명), 동막(319명), 고잔(209명) 등 4개 어촌계 1천264명의 어민들이 조상 대대로 어패류를 채취하면서 생활해왔다. 그러나 인천시가 서울지방 국토관리청의 공유수면 매립(17.7㎞)을 승인받아 4개 공구로 분할해 개펄 매립을 시작하면서 어민들에 대한 보상에 들어갔다.
 당시 시는 어민 1인당 2천만~3천만원씩 보상을 해줬지만 추후 보상이 이뤄진 인천국제공항 건설 관련 보상(1억~2억원)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송도신도시 생활대책용 토지를 50평씩 공급하기로 약속했다.
 그 후 지난 97년 2월 생계대책 차원에서 송도신도시 조성사업지구 1·3·4공구내 준주거지역 50평씩을 2년 뒤 어민들에게 보상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약정서를 체결했다. 하지만 IMF(국제통화기금) 체제 이후 시 재정이 어려워지면서 매립도 지연, 토지보상 약속 시한을 넘기게 됐다.
 급기야 지난해 3월 23일 시도시개발본부에서 열린 간담회에선 생활대책용 토지 약정서를 전매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어민들의 제안까지 나왔다. 결국 어민들은 지난해 11월 인천시 의회에 '송도신도시 건설로 인한 송도어민 생활대책용 토지조기 공급과 관련한 청원서'를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어민들은 청원서를 통해 “시가 약속한 시한을 2년여 넘긴 채 일반공급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약속을 받아내지 못한 어민들은 지난달 22일 인천시가 주관한 송도신도시 '인천시민 소풍가는 날'에 맞춰 행사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집회신고를 냈다. 그러자 다급해진 시는 다시 어민들과 대화를 다시 갖는 한편 30일 시장 면담을 주선하겠다는 조건으로 집회를 막았다. '편의주의 행정'으로 인해 어민들만 고통을 받고 있는 셈.
 어민 황인국씨(61·연수구 옥련동)는 “인천시의 발상대로라면 2010년 쯤이나 되어서야 땅을 공급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지번과 등기도 안된 땅을 준다고 어민들을 무마하다가 반발이 거세지자 이제 와서 다시 대화를 갖자는 인천시의 행정은 어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차준호기자·Junh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