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제 자신이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자랑했습니다. 그러나 봉사활동을 계속하다 보니 그런 모습이
부끄러워 아주 조심스러워지더군요….”
중구 신포동에서 '큐티패션'을 운영하는 박용양(66·여)씨의 얘기다.
사회복지법인 홀트아동복지회 후원회장과 대한적십자사 인천협의회 부회장
을 맡고 있기도 한 그는 요즘 해외 동포 및 입양아 모국방문 자원봉사에 바
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충남 공주가 고향인 그는 “20세에 인천으로 시집와 45년을 넘게 살면서 이
젠 인천을 고향으로 여긴다”고 말한다. 2남 1녀를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
리던 박씨는 30대 초반엔 아이들을 혼자서 키워야하는 아픔을 겪으면서 가
족의 생계를 위해 의류판매점을 운영했다.
정신없이 일에만 매달렸던 그가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지난 84년.
옷가게를 자주 찾던 한 고객이 “보람있는 일을 한번 해보지 않겠느냐”고
권유한 것이 바로 적십자사 봉사활동이었다.
그가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관심을 기울였던 것은 일제시대 징병으로 끌려
가 낯선 땅에 정착한 해외동포들의 모국방문 지원이었다. 모국을 방문한 동
포들을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제공하면서 그들이 겪은 고통에 대해 얘기를
들었을 땐 가슴이 저려오는 아픔을 느끼기도 했다.
해외동포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알게 된 그는 이후 본격적으로 해외동포
지원사업에 나섰다. 본업인 의류판매 사업을 제쳐두고 몽골을 방문해 어려
운 이들에게 담요와 생활용품을 전달하는가 하면 일제 때 강제로 징용됐던
재일동포 모국방문단을 위로하는 일에 적극 나섰다. 그는 바쁜 일정에도 1
주일에 한두번은 꼭 중구 북성동 무료급식소에 나가 노인과 실업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일을 돕는다.
박씨는 “이역만리에서 힘들게 살고 있는 동포를 생각하면 내가 태어난 나
라를 소중하게 여기고 지역주민과 더불어 사랑을 나누며 살고 있는 게 얼마
나 감사한지 모른다”며 “봉사활동을 벌이면서 많은 것을 얻고 배웠다”
고 말했다.
그는 봉사활동에 나서면서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사랑과 보살핌이 필요
한 곳이 아주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홀트아동복지회
후원회였다.
“한창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라야 할 아이들이 부모의 곁을 떠나 다른 나
라로 입양된다는 얘길 듣고 지역의 아이들 만이라도 우리가 지켜주어야 한
다고 생각했습니다.”
해외 입양자들의 모국방문 지원사업은 그런 생각에서 비롯됐다. 자신이 태
어나고 성장했던 지역에 관심을 갖고 찾아오는 이들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일이 지역주민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98년 이후 미국, 노르웨이, 프랑스, 덴마크 등에서 '모국'을 찾
은 입양자들을 초대해 숙소를 제공하는 한편 아동시설 등 인천 곳곳을 둘러
보게 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박씨는 “입양의 책임은 친부모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돕지 못한 이웃에
게도 있다”며 “입양의 문제를 남의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서로 위로하고
도와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홀트아동복지회와 인연을 맺고 봉사활동을 하면서 지난 85년부터 90년
까지 5년 동안 모자세대 지원사업을 벌이는 융신모자원에서 이사를 맡는
등 갈수록 이웃돕기에 더 많은 열정을 쏟고 있다.
“먼저 남을 생각해야 시간이든 물질이든 나누려는 마음이 생긴다”고 말하
는 박씨는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이웃과 함께 나누며 살고 싶다”며 환하
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