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오후 인천시 서구 한 고등학교 옆 도로, 하교길에 나선 학생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지나가는 차량을 얻어타기 위해 차를 잡고 있다
 먼거리 통학을 하는 학생들이 길거리에서 차량동승을 요구하는 이른바 히
치 하이킹(Hitch hiking)이 성행해 원조교제 수단으로 이용되거나 범죄대상
으로 노출될 우려를 낳고 있다.
 20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서구와 계양구 등지의 대규모 택지개발로 인
해 먼거리 통학을 하는 학생수가 중학교 3천800명, 고등학교 7천500명 등 1
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대중 교통수단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상태
에서 먼거리에 있는 학교로 학생배정이 이뤄지면서 서구, 계양지역을 중심
으로 중·고생들의 히치 하이킹이 성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7일 오후 4시 40분께 인천시 서구 백석동 쓰레기 수송 우회도로 주
변. B중학교와 H고등학교, B고등학교 등 학생 10여명이 손을 흔들어 서구청
과 계양구 방향으로 가는 차를 잡고 있었다. 이들은 버스노선이 적은데다
배차시간마저 들쭉날쭉해 너무 불편하다며 승용차를 얻어 타면 아주 편하
고 차비도 아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계양구~서구간을 오가는 1번, 13번 등 시내버스 노선의 배차간격
은 평균 30~40분, 심할 경우 1시간에 달하고 있어 이 지역으로 통학하는 학
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계양구 계산동 계산삼거리에서도 아침 등교시간이면 히치 하이킹을 하는
고교생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주로 서구 소재 학교를 다니는 이들
학생은 매일 아침 서구 쪽으로 가는 차를 잡기 위해 모여든다.
 서구 D고교에 다니는 김모(18)양은 버스정류장에 기다리는 승객이 많으
면 버스가 서지 않고 지나치기 일쑤라며 등교시간에 버스를 기다리다 종종
지각을 하는 바람에 같은 방향의 승용차를 얻어 타는 친구들이 많다고 털어
놓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학생들의 경우 히치 하이킹을 하면서 위험에 노출
될 우려를 낳고 있다. 원조교제의 수단으로 악용되거나 운전자들이 흑심을
품을 경우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모(17·B고교 1년)양은 히치 하이킹을 하다 적발되면 학교에서 처벌을
받지만 만원버스를 기다리는 것보다 편해 이 방법을 자주 이용한다며 간혹
차를 얻어타고 원조교제를 하는 학생들도 있어 오해를 사기도 한다고 말했
다.
 학생들의 피해를 우려해 대부분의 학교에선 히치 하이킹을 엄격히 규제하
고 있으나 효과는 거의 없다는 게 학생들의 얘기다. 또 학생들의 불편을 덜
기 위해 스쿨버스를 운영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학교 재정문제 때문
에 쉽지 않다고 한다. D고교는 지난해 스쿨버스운영 계획을 세웠다가 학생
들이 이용료 3개월치를 미리 부담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을 빚다 결국 도입
을 포기했다.
 청소년단체 관계자들은 어린 학생들이 제2의 범죄에 노출되지 않도록 당
국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