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도시에 걸맞지 않게 '철책선의 도시"라는 오명을 갖고 있는 인천에서
또 다시 철책선 논쟁이 뜨겁다. 지난해 영종·용유지역의 철책선 설치 논란
에 이어 이번에는 송도신도시에 철책선을 설치하는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
다. 시민들은 남북간 화해무드 조성에 구시대적 경계망의 상징인 철책선은
안된다는 주장이다. '철의 장막"이라는 중국도 이미 해안선의 철책선을 걷
어내고 있는 마당에 21세기에 무슨 철책선이냐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첨단
시설로 경비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인천시와 군부대의 생각은 다
르다. 아직은 남북대치 상황이어서 해안선을 방치할 수 없다는 논리다. 해
안선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벌어진 송도신도시의 철책선
설치논쟁은 엄청난 파란이 예상된다. 현재 철책선 설치의 타당성여부, 신도
시 건설과의 상관관계, 127억원이란 막대한 예산의 투입여부, 시공업자 특
혜시비 등을 둘러싸고 인천시, 군부대, 시의회, 시민단체 등간에 치열한 공
방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인천시와 군부대가 지난 94년 8월 기존의 송도 인근 해안도로~아암도~
면허시험장까지 3.8㎞의 해안철책을 철거하는 대신 송도신도시 외곽
14.42㎞에 철책을 설치키로 합의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송도신도시
철책논쟁이 수면위로 떠 올랐다. 이 철책선을 설치하는데 ㎞당 8천860만원
씩 모두 127억원이 소요된다. 설치비도 전액 인천시비가 투입된다. 시는 당
시 군사작전지역인 바다를 매립, 송도신도시를 조성하면서 신도시 해안에
경계초소와 철책 등 군시설물 설치공사를 떠 맡는다는 조건으로 군부대와
합의를 한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그동안 인천앞바다 철책 개방운동을 벌여
왔던 시민단체들은 적극적으로 반대를 외치고 있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
천연대, 녹색연합 등 인천지역 20여개 단체와 시민들은 “기존의 철책선보
다 3.3배나 더 긴 철책을 새로 설치하는 것은 바다를 가까이 하려는 시민정
서에도 맞지 않고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일”이라는 주장이다. 민·관 기
업대표로 구성된 인천의제 21 실천위원회도 최근 운영위원회를 열어 송도신
도시 철책선 설치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구체적인 대응방안 마련에 나
섰다.
인천시의회 문교사회위원회 조재동위원장은 “인천시민들이 바다와 접할
수 있는 곳이 없는 상태에서 또 다시 철책을 새로 설치한다는 건 시민들의
정서를 무시하는 일”이라면서 “철책을 설치한다고 해서 국가 안보가 완벽
하게 지켜진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천시의회 송종식의원도 “남
북화해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이때에 철책선의 신설 필요성에 공감이 가
질 않는다”며 “살펴봐야 할 게 많아 신중히 다뤄야 할 것”이라고 밝혔
다. 송도신도시 철책설치에 반대하는 인사들은 “송도신도시는 향후 인천국
제공항과 연계돼 수많은 외국인과 관광객을 유치, 그야말로 국제도시로서
의 기능을 갖게 되는데 해안선 외곽에 철책을 설치함으로써 외국인들에게
거부감을 주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군당국은 “인천 앞바다는 군사전략상 매우 중요한 지역으로 평소나 유사
시 적의 침투를 저지, 완화하기 위해선 철책선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
이다. 군은 시민들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도록 미관형 펜스로 철책을 대신하
고 높이도 2.75m로 낮춘다는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인천시는 철책문제
는 군사적 목적도 있지만 안전성 확보라는 측면도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시는 “송도신도시 건설과 관련 해안경계를 책임지고 있는 군이 통제를 계
속할 경우 공사차량이나 인부출입이 어려워 공사에 차질이 우려돼 송도신도
시 외곽으로 철책을 설치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해명했다.
송도신도시 철책설치에 필요한 사업비는 127억원. 그런데 이 막대한 공사
를 둘러싸고 업자선정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달 말 철책설
치 설계 용역이 마무리됨에 따라 업자 선정후 공사에 들어간다는 방침이
다.
그러나 시는 공개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업자를 선정하려고 해 이
과정에서 각종 의혹을 낳고 있다. 사실 이번 송도철책선 파문도 업자선정
의 잡음으로 불거졌다는 설이 유력하다. 인천시도시개발본부 송도개발부는
철책설치 지역이 매립지인 연약지반이란 이유로 '특수사정"을 들어 특정업
체와의 수의계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도시개발본부
내 타부서는 특혜시비에 휘말릴 우려가 높으므로 다른 방법으로 업자를 선
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는 등 부서내에도 이문제를 보는 시각이 다르다.
이때문에 인천시는 현재 업자선정을 미루고 있지만 이번달 내로 계약을 마
무리짓는다는 계획이다. 시의회 일부의원들은 이런 소문이 나돌자 인천시
도시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