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운동장.
운동장 한켠 나무 그늘 아래에서 한 무리의 여자 아이들이 즐겁게 고무줄
놀이를 하고 있다. 동요를 부르면서 리듬에 맞춰 고무줄 사이를 오가는 발
놀림이 익숙하다. 몇몇 아이는 신고 있는 샌들이 고무줄 놀이를 하기에 불
편하다고 느꼈는지 아예 맨발로 놀이에 뛰어들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몇몇 남자아이들이 가위, 바위, 보 놀이에 여념이 없다.
마치 아이들의 놀이문화 공간을 20~30년 전으로 옮겨놓은 듯한 모습이다.
온 몸은 땀에다 흙투성이. 그러나 뭐가 그리 즐거운지 까르르 하는 웃음소
리가 운동장에 끊이지 않는다. 아이들은 한결같이 “우리의 전래 놀이가 이
렇게 재미있는지 몰랐다”고 입을 모은다.
요즘 어린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퀵보드 대신 운동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
는 이 전래놀이는 '좋은 어린이집을 만들기 위한 인천시민협동조합''이 지
난 24일 문을 연 '실직가정 자녀를 위한 여름학교'' 프로그램중 하나.
4박5일 동안 '어깨동무 내동무''란 주제로 열리는 이 여름학교에는 대우차
실직 가정의 어린이를 비롯 각 초등학교의 급식지원대상 어린이 그리고 희
망세상어린이집 원생 등 1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터라
여름방학을 했어도 여느 아이들처럼 부모와 휴가를 가기가 어려운 어린이들
이 대부분.
그러나 이들은 이곳에서 그 어느해보다 재미있고 보람있는 '여름나기''를
하
고 있다.
'꿈나라'', '자연'', '꾸러기'' 등의 이름을 붙인 8개 '모둠''(조)으로 나
눠 오
전 10시부터 운동장과 각 교실에서 태껸을 비롯, 과학·미술·풍물·인터넷·노
래·율동·벽보꾸미기 등 각종 프로그램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오후 3시 집
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27일에는 손수 그림을 그려넣은 티셔츠를 입
고 계양수영장으로 물놀이를 다녀오기도 했다.
부모가 맞벌이를 한다는 승연(9·가명)이는 “그동안 혼자 집안에서 놀았는
데 학교에서 친구도 사귀고 모르는 것도 배워 너무 좋다”며 “방학동안 내
내 여름학교가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여름학교는 현직교사와 어린이집 교사 및 부모, 대학생, 태껸전수관 관
장, 카센터를 운영하는 주민, 부평여성회 회원 등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대
거 참여해 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부평권리선언본부''와 흔쾌히 교실과 운동장을 제공한
산곡북초등학교, 식사장소를 마련해 준 산곡동성당 등도 여름학교를 탄생시
킨 일등공신. 한 수녀님들의 모임은 참가 어린이들의 식사와 간식을 위해
수백만원을 선뜻 내놓기도 했다.
특히 지도교사들은 매일 참가 어린이들의 집에 전화를 걸어 그날 그날의 프
로그램에 대한 어린이들의 의견을 수렴, 다음 프로그램에 적용하는 열의를
보이고 있다.
황소연(21·여)교사는 “어린이들이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통해 또래의 다른
어린이들을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친해질수 있도록 한다는 게 여름학교의 목
적”이라며 “특히 이번 여름학교는 어린이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공동
체 문화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시켜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