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어린이집을 만들기 위한 인천시민협동조합의 여름학교에 참여한 초등학생들이 27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산곡북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풍물을 배우며 즐거워하고 있다.
한낮의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26일 오후 2시 인천시 부평구 산곡동 산곡북
초등학교 운동장.
운동장 한켠 나무 그늘 아래에서 한 무리의 여자 아이들이 즐겁게 고무줄
놀이를 하고 있다. 동요를 부르면서 리듬에 맞춰 고무줄 사이를 오가는 발
놀림이 익숙하다. 몇몇 아이는 신고 있는 샌들이 고무줄 놀이를 하기에 불
편하다고 느꼈는지 아예 맨발로 놀이에 뛰어들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몇몇 남자아이들이 가위, 바위, 보 놀이에 여념이 없다.
마치 아이들의 놀이문화 공간을 20~30년 전으로 옮겨놓은 듯한 모습이다.
온 몸은 땀에다 흙투성이. 그러나 뭐가 그리 즐거운지 까르르 하는 웃음소
리가 운동장에 끊이지 않는다. 아이들은 한결같이 “우리의 전래 놀이가 이
렇게 재미있는지 몰랐다”고 입을 모은다.
요즘 어린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퀵보드 대신 운동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
는 이 전래놀이는 '좋은 어린이집을 만들기 위한 인천시민협동조합''이 지
난 24일 문을 연 '실직가정 자녀를 위한 여름학교'' 프로그램중 하나.
4박5일 동안 '어깨동무 내동무''란 주제로 열리는 이 여름학교에는 대우차
실직 가정의 어린이를 비롯 각 초등학교의 급식지원대상 어린이 그리고 희
망세상어린이집 원생 등 1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터라
여름방학을 했어도 여느 아이들처럼 부모와 휴가를 가기가 어려운 어린이들
이 대부분.
그러나 이들은 이곳에서 그 어느해보다 재미있고 보람있는 '여름나기''를

고 있다.
'꿈나라'', '자연'', '꾸러기'' 등의 이름을 붙인 8개 '모둠''(조)으로 나
눠 오
전 10시부터 운동장과 각 교실에서 태껸을 비롯, 과학·미술·풍물·인터넷·노
래·율동·벽보꾸미기 등 각종 프로그램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오후 3시 집
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27일에는 손수 그림을 그려넣은 티셔츠를 입
고 계양수영장으로 물놀이를 다녀오기도 했다.
부모가 맞벌이를 한다는 승연(9·가명)이는 “그동안 혼자 집안에서 놀았는
데 학교에서 친구도 사귀고 모르는 것도 배워 너무 좋다”며 “방학동안 내
내 여름학교가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여름학교는 현직교사와 어린이집 교사 및 부모, 대학생, 태껸전수관 관
장, 카센터를 운영하는 주민, 부평여성회 회원 등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대
거 참여해 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부평권리선언본부''와 흔쾌히 교실과 운동장을 제공한
산곡북초등학교, 식사장소를 마련해 준 산곡동성당 등도 여름학교를 탄생시
킨 일등공신. 한 수녀님들의 모임은 참가 어린이들의 식사와 간식을 위해
수백만원을 선뜻 내놓기도 했다.
특히 지도교사들은 매일 참가 어린이들의 집에 전화를 걸어 그날 그날의 프
로그램에 대한 어린이들의 의견을 수렴, 다음 프로그램에 적용하는 열의를
보이고 있다.
황소연(21·여)교사는 “어린이들이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통해 또래의 다른
어린이들을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친해질수 있도록 한다는 게 여름학교의 목
적”이라며 “특히 이번 여름학교는 어린이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공동
체 문화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시켜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