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인사적체로 인해 인천시 공무원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10년동안 사무관 자리에 머물고 있는 A씨는 언제 승진기회가 올지 막막하기
만 하다.
무능력한 공무원이란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뛰었지만 좀
처럼 오지 않는 승진기회에 지칠대로 지쳤다. 가족은 물론이고 친지, 동료
등에게도 볼낯이 없다고 푸념한다. 나이는 자꾸 먹는데 만년 사무관으로 끝
나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인천시 고참 사무관들의 사정은 대부분 A씨와 크게 다르지 않다. 5급에서 4
급으로 승진하는데 필요한 법정 소요 연수는 5년이지만 이미 이 자격을 초
월한 공무원만도 수십명에 달한다. 90년 사무관은 현재 2명, 91년 9명, 92
년 16명, 93년 5년, 94년 9명 등 사무관 8년이상 고참들만 41명.
고참 사무관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올라가지 못하다 보니 6급에서 5급으로
승진하려는 하위직 공무원들은 꿈도 못꾸며 만년 차석을 벗어나지 못하는
등 인사적체가 하위직으로 더욱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시 공무원들은 이러한 인사적체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젊은 고시출신의 중용
을 꼽고 있다. 최기선 인천시장이 고시출신의 젊은 인재들을 대거 중용한
이후 인사적체가 심해졌다는 얘기다. 부이사관급 젊은 국장의 경우 업무능
력, 기획력, 추진력 등이 탁월한 평가를 받고 있지만 조직활성화에는 걸림
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
또한 구조조정으로 인해 더이상 기구확충이 어려워진 점, 개방형 직위제 도
입 등도 인사적체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여론이다.
인천시가 지난 7월30일 획기적인 인사개혁안을 마련했지만 인사적체 해소방
안은 제외됐다. 오히려 개방형 직위제를 도입함으로써 자연감소에 의한 적
체해소 기회가 박탈당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시는 당초 개방형 직위제를 도입, 시본청 4급이상 97개 직위가운데 10개를
민간전문가로 채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시 본청 내부에서는 이러
한 인사적체 해소방안으로 계급정년제, 업무책임제, 고령공무원 명퇴 등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시 인사 관계자는 “현재의 인사관행으로는 인사적체를 해소
할 수 있는 대책이 없다”며 “적체로 인해 떨어진 중·하위직 공무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배려가 시급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