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하늘나라로 간 엄마가 다시 올 때까지만 고모집에 있으랬는데, 고모가 맨날 때렸어요….”
이웃 주민들의 신고로 지난 2월 남구 도화동 '인천시 아동학대예방센터(소장·정충용)'에 수용된 영은(4·여·가명)이. 영은이는 첫돌을 맞기전 엄마가 암에 걸려 세상을 떠나자 고모(37) 집에 맡겨졌다.
회사 사정상 지방에 내려가 있는 영은의 아버지(36)는 매달 40만원의 양육비를 보냈다. 하지만 영은이의 몸은 점점 야위어 갔고 고모의 혹독한 매질이 시작된 이후엔 아예 말문을 닫았다. 심지어 영하의 날씨에 영은이를 발가벗겨 찬물에 담그는가 하면 라이터로 몸을 지지는 등 아이에 대한 학대는 점점 더 가혹해져 갔다.
수용 당시 영은이의 팔과 다리는 시퍼런 멍투성이에다 뇌에 금이 가 있었다. 몸무게는 연령 최저평균에 훨씬 못미치는 7.6㎏에 불과하는 등 1년여의 발달지체를 보였다.
이 때부터 영은이를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한 예방센터 소속 상담원들의 노력이 시작됐다. 외상에 대한 치료는 물론 놀이치료를 통해 굳게 닫힌 영은이의 입을 열게 했다. 따뜻한 정성이 담긴 식사와 편안한 잠자리 덕분인지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건강을 회복해 간혹 미소도 지었다. 그리고 조금씩 자기 뜻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양육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이었다”며 학대를 시인한 고모에게도 수차례의 상담을 통해 자성의 시간을 갖고록 하고 올바른 양육법을 제시했다.
넉달 후 아빠와 함께 고모 집으로 되돌아간 영은이를 얼마 전 찾아간 홍현정(28) 상담원은 자신을 환하게 웃으며 반기는 영은이의 얼굴을 보고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지난해 11월 개관한 아동학대예방센터(소장·정용충)에서 일하는 상담원은 6명. 모두 사회복지사들이다.
이들은 24시간 상담신고전화(032-1391)를 통해 접수된 사례에 대한 현장조사와 함께 일시보호시설인 '신나는 그룹홈'에 수용된 학대아동 생활치료를 통해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보살피고 있다. 학대아동들의 '수호천사'인 셈.
최근 상담원들이 크게 걱정하는 것은 친부모의 아동학대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올들어 지난 6월까지 예방센터에 접수된 99건의 신고중 아동학대사례판정위원회의 심의 결과 62건이 아동학대로 판정됐는데 친부모의 상습적인 폭행 등에 따른 학대건수가 무려 30여건에 달하고 있다.
박현희(28)상담원은 “아동에 대한 신체·정서적 학대는 모두 방임에서 비롯된다”며 “좀 더 강력한 아동보호관련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