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명문 인천고등학교 출신 골퍼들이 모교 야구육성과 장학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대적인 자선골프대회를 준비하고 있어 화제다.
인고 야구의 역사는 19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창단된 인고 야구는 한국 고교야구의 맥을 이어오면서 1952년 제33회 전국체전에서 해방 이후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어 53년 전국체전 2연패 등 전국 무대 3관왕의 위업을 이룩하는 등 전성기를 맞았다. 그리고 인고는 55년 제10회 청룡기쟁탈 전국고교 야구선수권대회에서 동산고에게 패배한 후 동산고와 치열한 정상대결을 하는 등 인천을 '야구 도시'로 만들어 놓았다.
그런 인고 야구가 지난 89년 황금사자기 우승을 끝으로 기나긴 침체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프로야구시대가 열리면서 고교야구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 더욱이 경제침체가 지속되면서 그동안 인고 야구에 많은 힘을 준 후원자마저 떨어져 나가는 바람에 야구부 운영조차도 힘들 지경에 놓였다.
인고 야구부의 어려움을 지켜보며 걱정해온 인고 동문들은 야구부 활성화를 위해 기금모금을 했지만 쉽지 않았다. 이런 딱한 사정을 전해들은 인고골프동문회(회장·민성기·66회·성욱철강 대표)는 야구부 육성기금, 장학기금, 불우이웃돕기 성금 등을 모으자는 취지로 자선골프대회를 기획한 것이다.
민성기 대회준비위원장은 “처음엔 조촐하게 할 생각이었는데 대회소식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동참의사를 밝힌 동문들이 300명을 넘어섰다”며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문제는 골프장 부킹(골프경기 일정을 확보하는 일). 국내 골프 역사상 300여명이 한꺼번에 티업한 대회가 아직 없을 정도여서 부킹이 만만치 않았다. 대회 준비위는 전국 골프장을 대상으로 대회의 취지 등을 설명하며 뛰어다닌 끝에 충남 떼제베CC의 호의로 대회장소를 마련했다. 대회는 오는 13일 낮 12시부터 '샷건 방식'(27개 홀에서 동시에 티업)으로 치른다.
대회 준비위는 이 대회를 얼마만큼 매끄럽게 진행하느냐에 성공여부가 달렸다며 300여명이 씻을 수 있도록 여탕까지 마련하고 등록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관광버스안에서 등록절차를 해결하는 묘안도 짜냈다.
이날 대회장은 한나라당 민봉기(56회)의원이 맡았다. 대회에는 이병묵 해안실업 회장(41회)을 비롯 심정구(48회) 전 국회의원, 이승윤(49회) 전 부총리, 인하대 최세진(51회)교수, 신동준(54회) 한일기업사 대표, 이기상(55회) 적십자인천지사 회장, 지용택(56회)새얼문화재단 이사장, 이헌기(56회) 전 노동부장관, 서정화(58회) 인고 동문장학회장, 이충구(58회) 유닉스전자 회장, 인천고 야구후원회장인 민주당 조한천(60회)의원, 안길원(62·무영건축 대표) 인하대 총동창회장, 이기문(70회) 변호사, 고정섭(77회) 변호사, 우종수(86회·제일골프연습장 소속) 프로골퍼 등 41~86회까지 300여명이 참여할 예정.
인고 골프동문회는 학교역사만큼이나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지난 76년 이병화(55회)씨를 비롯한 18명의 동문들이 창설한 골프모임은 올해로 25년째를 맞으며 회원수만도 204명에 달한다.
현재 회장은 민성기씨고, 부회장에는 곽진호(68회), 최병묵(69회), 이기문(70회)씨 등이, 총무는 성기상(77회)씨, 경기위원장은 정관식(74회)씨가 각각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