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를 지었건 안지었건 별로 가고싶지 않은 곳 중의 하나가 파출소다. 폐쇄적이고 고압적인 분위기, 철재 책상과 딱딱한 나무의자, 만취자의 고성과 욕설 등….
많은 이들이 파출소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다. 여전히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해야 하는, '가까이 하기엔 먼 곳'이다.
이런 탓에 꼬마들이 토끼를 구경하며 내집마냥 뛰놀고 주민들이 파라솔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계산3파출소의 모습은 다소 과장되게 표현해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계양구 계산택지개발지구 한복판에 자리잡은 이 파출소는 '주민친화적 파출소'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이 파출소는 청사의 모습부터 여느 파출소와 사뭇 다르다. 청사 외벽엔 포돌이와 포순이가 어린이들과 다정하게 손잡고 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고 청사 한편엔 파라솔과 커피자판기, 공중전화 등을 갖춘 '주민 쉼터'가 마련돼 있다.
아이보리색 인테리어로 아늑한 느낌을 주는 청사 내부 또한 '여기가 파출소인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세련된 디자인의 원목탁자와 의자, 그리고 포돌이 그림의 브라인더로 꾸며진 민원인 상담석은 어디에다 내놓아도 손색없는 훌륭한 응접실이다. 민원인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고 해서 '무기고' 팻말은 아예 액자로 감추었다. 피의자 대기석도 딱딱한 나무의자가 아닌 편안한 소파여서 한층 성숙된 인권의식을 엿보게 해준다.
이 파출소의 '주민친화적' 분위기는 이같은 내부 인테리어나 공간배치에 그치지 않는다. 주요 건물과 도로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A4용지의 관내 지도를 제작, 비치하고 길을 몰라 파출소를 찾는 민원인들에게 나눠주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인터넷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엔 경찰과 관련한 숙제를 하기 위해 부모의 손을 잡은 어린이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또 청사 옆엔 10여대의 자전거를 수용할 수 있는 자전거 임시보관소를 설치, 인근 고등학교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같은 주민친화적 운영방침에 힘입어 지난 6월엔 아파트에 사는 주부들로 구성된 '부녀방범봉사대'가 출범했으며 봉사대 출범 이후 범죄발생률이 20% 감소하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파출소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주민쉼터'에 마련된 '포돌이 동물원'. 동물원이라고 해봤자 토끼 9마리에 흰비둘기, 십자매 등 조류 6마리가 고작이지만 유치원생, 학원생 등 하루 평균 30~50명의 어린이가 찾는 도심속 어린이 견학장소로 자리매김했다.
주민과 어린이들은 동물원을 찾을 때마다 당근 등 먹이를 가져와 동물들에게 먹이고, 파출소측은 토끼가 새끼를 낳으면 새끼를 원하는 주민들에게 분양해준다. 최근엔 한 주민이 애완용돼지의 일종인 '기니피그'를 기증해 새식구를 맞이하기도 했다.
천창호(41) 파출소장은 “주민과 함께하는 파출소를 만들기 위해 이들 사업을 추진했다”며 “경찰관서와 주민과의 거리가 좁혀지면서 주민들도 파출소에서 실시하는 각종 민생치안 예방사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