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3시 인천시 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개항 100주년 기념탑
처리에 대한 시민대토론회'에선 기념탑 철거, 이전 및 존치 등 기념탑 처리
와 관련한 3가지 대안을 놓고 참석자간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이날 토론회
에선 기념탑에 대한 역사적 검증에서부터 기념탑의 상징성과 접근성, 기념
탑 주변 교통문제에 이르기까지 기념탑이 시민들에게 어떤 의미를 주고 있
고 시민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
다. 토론자들은 대부분 기념탑이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구
체적인 해결방안에 대해선 다른 해법을 제시했다.
토론자들의 주요 발표 내용을 요약한다.
◇박길상(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사무처장)=기념물은 시를 상징하
는 얼굴로 시민들에게 자긍심을 주어야 한다. 그러나 개항 100주년 기념탑
은 자긍심을 주기는 커녕 시민들에게 수치스러움을 안겨주고 있다. 여기에
다 기념탑으로 인한 교통난도 심각한 문제점으로 꼽힌다. 교통난으로 인해
엄청난 사회간접비용이 지출되고 있는 것이다.
기념탑의 '존치'는 안된다. 일제의 만행을 기념하는 탑을 거액을 들여 이
전한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다. 일부에선 잘못된 것이라도 교훈으로 삼기
위해 존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지만 꼭 필요하다면 기념탑의 일부만 남겨
후손들에게 왜곡된 역사의 잔재물이라고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기념탑이 근대화를 기념하는 것으로 인식하자는 주장은 일제가 “한국을
봉건사회로부터 벗어나 근대화했다”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 역사적 의식
의 빈곤으로 세워진 기념탑을 철거하는 것은 당연하다.
인천항의 개항이 100년이라고 하는 것도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서
비롯된 것이다. 송도 해안도를 따라가다 보면 능허대가 나온다. 능허대는 1
천여년 전부터 외국과 문물을 교역했던 곳이다.
인천을 상징하지도 못하고 예술성도 없고, 교통난마저 가중시키는 기념
탑 철거는 당연하다고 본다. 기념탑 건립 당시 인천시 심의위원회조차 반대
했던 것으로 안다. 인천을 상징할 수 있는 기념탑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
하고 새로운 기념물을 만들어야 한다.
▲김기성(중구의회 의원)=지난 83년 설립 당시엔 가까운 곳에서 탑을 볼
수 있었지만 90년대 들어 교통량이 많아지면서 접근은 엄두도 못내고 차량
통행에 많은 불편을 주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또 건립 당시 시에
서 관리비용을 지원했으나 지난 98년 이후부터는 시설물 관리가 제대로 이
뤄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분수대의 배관이 부식되어 있고 수중등, 조명
등, 펌프장 등도 방치해 재사용하기에 어려운 형편이다.
기념탑을 기점으로 하는 서해안고속도로의 개통으로 상습체증과 사고다발
지역으로 떠오르면서 주민들과 화물운송업체로부터 기념탑 이전에 대한 민
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일대 주민들도 하루빨리 기념탑이 없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낙후된 연안동 지역의 균형적인 발전과 '월미관광특구' 지정
을 계기로 인천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시민들에겐 자긍심을 심어줄 수있는
새로운 상징물을 세워야 한다.
▲이현식(인천발전연구원)=개항 100주년 기념탑이 안고 있는 문제는 건
립 당시의 취지, 교통불편, 예술성, 위치의 장소 등 4가지로 나눠볼 수 있
다. 기념탑을 설치할 당시는 지방자치가 이뤄지기 전인 5공 당시였고, 행정
권위주의에 의해 시민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예술성 부문에
서도 기념탑 위에 놓여 있는 여신상의 국적이 불분명하다는 문제가 있다.
아울러 대로변에 위치해 있는데다 배의 위치도 육지를 향하고 있어 개항을
의미하는데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중국 따롄시에 건립된 조형물의 경우 동판에 시민들의 발 모양을 찍고,
맨 앞에는 어린 남녀 아이들이 손을 잡고 바다를 가리키는 모습의 조형물
을 설치했다. 이 조형물 중간에는 시민들이 직접 찍은 발자국을 따라 따롄
시의 중요한 역사를 간략히 적어 놓았지만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감동
을 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기념탑의 무조건적인 철거보다는 교통영향평가를 실시해 주변환경을 정비
하고, 현재의 기념탑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어렵게 확보한 국제여객터미널 앞 이전 부지에 새로운 조형물을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만 하다.
▲최순자(사회자·인하대 교수)=기념탑을 세우려면 오늘 같은 토론 과정
을 거쳐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야 한다. 그러나 20년 전 5공의 권위주의 시
절에 시민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만들었던 것이 문제였다. 일단 만들어진 탑
을 어떻게해야 하겠는가가 문제로 남았다.
오늘 토론회에선 현실을 감안할 때 기념탑의 역사성이나 예술성이 없는데
다 교통체증의 원인으로 통행
"장기적 안목 심사숙고 처리를"
입력 2001-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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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2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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