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식탁 등에 비치된 화장지의 사용을 줄여야 할 것 같다. 최근 보건당국의 조사결과 시중 음식점에서 흔히 사용하는 두루마리 화장지나 사각형 냅킨에서 피부질환과 피부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형광증백제(FBA)가 검출됐기 때문. 그러나 이들 화장지는 공산품으로 분류, 식품위생법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시민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용 실태와 단속의 맹점, 개선방안 등을 살펴본다.
#사용실태
지난 17일 점심 무렵 서구 백석동 골목. 고깃집을 비롯해 한식, 분식, 중국요릿집 등이 밀집한 이 곳엔 점심 손님들이 북적거린다. 대부분 식당의 식탁엔 두루마리 화장지나 사각형 냅킨이 하나씩 올려져 있고, 화장지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사실을 모르는 손님들이 식사를 마친 후 화장지로 입가를 닦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C식당 업주는 “화장지나 냅킨을 음식점에 비치하지 않고 장사하는 곳은 없을 것”이라며 “피부질환을 유발하는 물질이 검출됐다는 사실은 들었지만 어떤 업주가 가격이 비싼 '미용 화장지'를 식탁에 올리겠냐”고 말했다.
이 곳뿐만 아니라 시내 다른 음식점들의 사정도 마찬가지. 이들 음식점은 두루마리 화장지나 사각형냅킨을 손님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상태다.
조리 음식을 판매하는 노점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튀김이나 토스트 등을 팔고 있는 이들 노점 분식점은 대부분 냅킨이나 두루마리 화장지에 음식을 담아 팔고 있기 때문. 인체에 더욱 해를 끼칠 수 있으므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현행 법규상 공산품으로 분류된 화장실용 두루마리 화장지 등은 단속할 근거가 없어 규제의 손길이 미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관련법규의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 한 시민들은 피부질환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게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법의 맹점
대구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최근 대구 수성구청이 시중 음식점 49곳에서 수거, 표본분석을 의뢰한 두루마리 휴지제품 9개 중 7개 제품에서 형광증백제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이밖에 사각형 냅킨제품 7개 가운데 1개가 형광증백제 처리를 한 것으로 분석했다.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그동안 인체에 해로운 형광증백제는 식품위생법에 따라 음식용기에 대해서만 규제해왔다”면서 “두루마리 화장지나 냅킨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분석결과가 나온 만큼 정부는 시급히 관련법규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선방안
우선 식품위생법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두루마리 화장지나 냅킨을 규제할 수 있도록 대상을 확대하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 특히 국민 보건과 직결된다는 점을 인식해 정부 당국이 법 개정전이라도 모든 음식점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계도와 점검을 펼쳐야 한다고 시민단체들은 요구한다.
이와 관련, 음식업중앙회 관계자는 “두루마리 화장지나 냅킨에 대한 업주들의 인식전환을 위해 업소 교육과 점검활동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법개정 이후 철저한 단속이 이뤄져야 국민 보건향상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