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태
최근 수십채의 빌라가 들어선 남구 문학동 일대 주민들은 주차난으로 인한 대형 화재사고를 우려하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7시께 국일아파트에서 문학파출초소를 지나는 이면도로의 경우 양방향이 인근 주민들의 주차장으로 변해 있었다. 이 도로는 시내버스가 통행하고 있는 노선임에도 불구, 주·정차 차량들로 인해 버스운행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화재발생시 소방차가 출동할 경우 초기 화재진압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게 뻔했다.
현재 이 일대에서 건축중인 K빌라와 Y빌라의 경우 빌라간격이 2m에 불과한 데다 주변 도로폭도 4m밖에 안돼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한 상태다.
주민 김모(62·문학동)씨는 “대부분의 빌라들이 주차장을 형식적으로 만들어놓고 이용하지 않는 바람에 주민들이 이면도로에 차를 세우고 있다”며 “화재발생시 소방차가 지나다닐 수 없을 정도로 좁은 도로에 차량까지 길게 늘어서 있어 자칫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역의 사정도 비슷하다.
이날 오후 8시께 서구 가좌2동 고려의원~프라자 상가 300m 구간의 경우 4~6m에 불과한 소방도로를 노점상 수십개가 차지하고 있었다. 석남 1동 강남상가 인근 농협~선우유통, 수협입구~이태리가구 구간에도 노점상 30여개가 차량들을 주차해 소방차 진출입을 어렵게 하고 있다. 더욱이 긴급 화재시 사용하는 소화전도 2개 밖에 없는데다 소방차 소방호스 길이도 최대 35m에 불과해 신속한 화재진압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연수구 선학동, 연수1동 함박마을등 원룸 및 다세대 주택 밀집지역도 야간엔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인해 화재에 무방비상태다.
◇소방당국의 입장
화재시 신속한 대응을 위해 11월부터 주·정차 위반 차량에 대한 단속권한이 소방공무원들에게 넘어갔지만 활동은 미미하다. 19일 현재 단속권한을 위임받은 소방공무원 822명(소방소 54명, 소방파출소 768명)이 단속한 실적은 고작 22건에 불과한 상태.
이같은 저조한 단속실적은 인력과 장비부족 때문이라는 게 소방당국의 하소연이다. 예산부족을 이유로 소방서와 파출소에 카메라와 필름, 현상료 등 기본 장비조차 지급되지 않고 있다. 소방공무원이 자비를 들여 필름을 구입해 현상과 인화를 해야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인천시소방본부 관계자는 “고유업무인 소방활동과 병행해 주·정차 단속업무를 벌여야 하는 내부 규정은 있지만 사실상 모든 차량을 대상으로 주·정차 단속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단속에 필요한 장비를 내년 예산에 책정했으므로 그때 가서야 본격적인 단속을 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책
일선 소방서와 소방파출소의 현재 인력·장비로는 소방도로를 막고 있는 차량에 대한 단속이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구청과 경찰의 강력한 단속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형편.
인천시소방본부 심평강 방호과장은 “무심코 세워 놓은 차량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의 재산과 인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선진 소방의식이 아쉽다”며 “소방도로 확보는 인명과 직결되는 만큼 소방통로 확보를 위해 관계당국이 모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