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들이 연말을 앞두고 배정받은 예산이 남는 것을 막기 위해 '불요불급'한 공사를 벌이는 구태를 되풀이 하고 있다.
이처럼 지자체의 '예산떨이식' 공사가 매년 재연되고 있는 것은 배정받은 예산을 쓰지 못해 불용액으로 처리될 경우, 관련 공무원이 문책을 당하거나 다음해 유사사업에 예산배정을 받지 못하는 등 불이익을 당하는데서 비롯되고 있다.
이 때문에 요즘 겨울철을 맞았는데도 시내 곳곳에선 느닷없이 꽃길조성 공사가 벌어지는 등 웃지못할 진풍경마저 연출되고 있다.
중구는 최근 북성동 8부두에서 월미산 입구 삼거리까지 750m구간에 대해 6천200만원을 들여 꽃길조성공사를 발주하고 12월 말까지 공사를 완료하기로 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식물의 성장에 장애를 주는 겨울철에 무슨 꽃길 조성이냐”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부평구가 추진중인 갈산2동 가로수 교체공사도 비슷한 사례. 구는 9천여만원의 예산을 투입, 다음달 4일 공사 마무리를 목표로 지난 10월 말부터 갈산2동 중앙분리대 1㎞구간에 대해 노후된 경계석과 가로수를 교체하는 공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등은 “구가 멀쩡한 나무 수십그루를 뽑아내 다른 곳에 옮겨 심는 등 쓸데없이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남구는 다음달 1억2천만원을 들여 보도블록 교체, 도로복구공사 등 전형적인 '예산떨이식' 공사를 벌일 예정이어서 비난을 받고 있다.
연수구 또한 시에서 1억2천만원을 배정받아 다음달부터 신연수역에서 동막역까지 3㎞구간에 대해 자전거도로 설치공사를 벌일 계획이지만 불요불급한 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일대엔 보행인구가 적어 인도를 이용한 자전거 통행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데다 차도에서의 교통사고 위험도 그리 높지 않은 상태. 따라서 구가 배정받은 예산을 소모하기에 급급한 나머지 주변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 공사를 벌이려 한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와 관련, 한 구청 관계자는 “12월 말까지 사업에 대한 원인행위를 하지 않으면 예산이 불용액으로 처리돼 어쩔 수없이 공사를 강행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있는 새로운 회계방식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